한줄 詩

더 이상 운세를 보지 않기로 하였다 - 백애송

마루안 2021. 4. 20. 21:43

 

 

더 이상 운세를 보지 않기로 하였다 - 백애송

 

 

달력 틈새에 끼여 있던 날

 

많은 날과 날들에게는

짠맛이 났다

 

눈을 뜨면 운세를

검색하는 것으로

시작되는 하루

 

오늘 해야 하는 것보다

오늘 하지 말아야 하는 것에

더 집중하던 날

 

피해야 하는 것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예상은 늘 어긋났고

 

누군가는 내 말에

정중한 매듭을 지어 버렸다

 

사용하지 않은 삶의 근육들은

의도와 상관없이 방관되었다

 

오늘은 무사히

벽에 박힌 하루를 빼낼 수 있을까

 

 

*시집/ 우리는 어쩌다 어딘가에서 마주치더라도/ 걷는사람

 

 

 

 

 

 

별책부록 - 백애송

 

 

중요한 순간은 미끄러져 지나간다

 

황급히 계단을 내려오다

발을 헛디뎠다

 

손등에 남은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는데

 

그곳은 허방이었다

 

무언가가 있을 것이란 기대는

서로의 시간을 찾아가는 과정 속에서

뜸만 들이다 사그라졌다

 

나만 모르는 일들이

수많은 차 앞을

가로질러 갔다

 

상처가 쉽게 아물지 않는

날들이 많아진다

 

열정이 없어도 이루어지는

 

별책부록 속 세상

 

 

 

 

# 백애송은 2016년 <시와문화>에 시가, 같은 해 <시와시학>에 평론이 당선되었다. <우리는 어쩌다 어딘가에서 마주치더라도>가 첫 시집이다.

 

 

'한줄 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간고등어 - 손석호  (0) 2021.04.21
찢어진 고무신 - 이산하  (0) 2021.04.21
너무 상투적인 삼청동 - 홍지호  (0) 2021.04.20
꽃이 운다면 - 손남숙  (0) 2021.04.19
총상화서 - 류성훈  (0) 2021.04.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