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의 대릉원 - 이운진 이 밤 누가 나를 돌려세워 미혹(迷惑)을 고백하게 하나 나는 지친 걸음으로, 그보다 더 지친 영혼으로 어둠 속을 들여다본다 둥근 달빛 둥근 무덤 사이 지금으로부터 아주 먼 삶에서 건너오는 듯 수 세기의 바람이 지나가는데 짧은 생애 동안 나는 얼마나 많은 나였던가 아무도 기억 못 할 글을 쓰는 수인(囚人)이었고 사랑이 던져버린 돌멩이였으며 슬픔의 징후였으니 이곳에서 나는 얼마나 많은 추방자였던가 이제 젊음도 없이 젊은 나를 데리고 나 자신의 허구로 사는 날 얼마나 남았을까 생각한다 빠져나갈 수 없는 아프고 허망한 이 삶도 선물이라는 말로 불러도 되는 건지 어딘가 있을지도 모르는 신을 향해 대답 없는 질문을 하며 둥근 달빛 속 둥근 무덤에 가만히 누워본다 한때 눈물이었고 영광이었던 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