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꽃 필 무렵 - 허림 언제든 떠날 애인이었다 집은 자주 비었고 방에선 오래된 냄새가 났다 개들이 짖는 게 낯설지 않았고 괭이들이 뒤돌아보며 뒤란에 몸을 숨겼다 내 모르는 소문이 떠돌았다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 감자꽃이 피고 그믐밤도 길은 환했다 애인이 떠난 저녁이었다 *시집/ 누구도 모르는 저쪽/ 달아실출판사 삭망 - 허림 갈 길이 쇠털같이 많다고 했지만 꽃들은 지금 한창 장터에서 만난 몇몇은 다음에 밥이나 먹자고 했지만 그는 내 손을 잡아끌고 아리랑순댓국집으로 들어갔다 순대에 딸려 나온 허파와 혓바닥 염통 오소리감투 오늘이 지나간 날들이 달력에서 희미해지고 오는 금요일이 며칠이니 무슨 요일이니 물었을 뿐 아무도 지나간 시간이 언제 오냐고 묻지 않았다 설사 꿈이 찾아왔어도 '참 시안타 무슨 일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