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수리점 - 안채영 물 담긴 고무 대야에 자전거 튜브를 넣자 자잘한 공기의 씨앗이 흘러나온다 날카로운 못 하나가 뚫어놓은 곳으로 파종되는 봄날의 공기들 바람이 새는 곳을 찾아 접착제 묻은 햇살 하나 붙여두면 다시 굴러갈 둥근 바퀴들 문득, 잠깐 멈추었던 지구가 다시 도는 듯 차르르 체인 도는 소리가 들리고 수리가 끝난 바람의 핸들을 잡고 짧은 봄날이 간다 날카로운 못 하나를 줍고 싶다 부푸는 벚꽃나무를 찔러 바람 빼면 우수수 날리며 쏟아져 날릴 흰 꽃잎들 달력을 찌르면, 생일을 찌르면 다 빠져나가고 남을 숫자 없는 생 바쁜 봄바람이 잠시 서 있고 흰 머리카락 한 올 같은 깊은 실금을 내고 있는 봄 고장 난 봄바람 몇 대 세워놓고 고무 대야에 물 담아놓고 있는 자전거 수리점 바람 빠진 몇 번의 봄을 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