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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돗가에 뜬 달 - 이서린

수돗가에 뜬 달 - 이서린 마을 해치 장구 장단 젓가락 장단에 부부는 일찌감치 해당화 낯빛으로 감 냄새 풍기며 대문을 열었다 눈 흘기는 어린 딸의 볼 비비는 젊은 아비의 턱수염, 딸의 뺨에도 채송화가 피고 이미 물 건너간 저녁밥에 잔뜩 부은 볼 세상모를 조그만 계집아이의 심사(心思) 지아비에겐 여전히 어여쁜 젊은 지어미가 비틀비틀 수돗가에 쪼그려 앉는다 앉으면서 몸빼를 쑤욱 내리곤 쏴아아 한바탕 소낙비를 내린다 씨이, 대문 옆에 변소 있잖아 삐죽거리는 딸의 손을 꼬옥 잡는 아비 허허, 수둣가에 달이 떴네 오늘이 보름인가 내일이 보름인가 저 희고 고운 달 좀 봐라 그 해도 그 달도 지고 없는데 비 오는 달밤은 언제 또 보나 *시집/ 그때 나는 버스 정류장에 서 있었다/ 출판그룹파란 그 남자 - 이서린 경상..

한줄 詩 2021.05.11

버리지 못하는 게 희망뿐이랴 - 정기복

버리지 못하는 게 희망뿐이랴 - 정기복 희망을 버리지 못해 여기 왔다 떼어버리지 못한 갈증을 소주잔에 저당잡힌 채 절망을 불러모았다 흉어의 바다를 딛고 정박한 배 하선을 서두른 선원 몇이 완월동 오촉 전구 아래서 폭풍의 품값을 탕진하도록 꺼질 듯 꺼질 듯 꺼지지 않는 남풋불이 항구의 세월을 그을렸다 부두를 헤집던 비린 바람이 습기 찬 손길로 달려드는 자정 절망을 포기하는 게 술값 치르는 것처럼 쉬운 계산이라면 또 모른다 주머니 속 구겨진 지폐를 꺼내놓듯 살아갈 길 다림질할 수 있다면.... 버리지 못하는 게 어디 희망뿐이랴 *시집/ 어떤 청혼/ 실천문학사 모란공원, 봄 - 정기복 이곳에 오면 오래 걷지 않아도 흙살이 제 혼자 풀림을 금방 압니다 겨우내 언 땅 속에 얼지 않은 들꽃 씨앗과 애벌레 알들이 도..

한줄 詩 2021.05.11

북한산, 산성입구-중흥사-백운대-숨은벽-사기막골

코로나 덕에 작년부터 부쩍 산을 타는 일이 많아졌다. 멀리 떠날 수 없으니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부지런히 오르자는 쪽이다. 5월이 가기 전에 더욱 부지런을 떤다. 이번 산행은 중흥사를 거친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계곡길 대신 임도를 따라 걸으면 대서문이 나온다. 함박꽃이 핀 무량사 입구다. 보리사 입구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중흥사를 거쳐 백운대로 갈 수 있다. 중흥사는 오랜 기간 폐사지로만 남아 있었다. 최근 10년 사이 복원 되어 절 모양새를 갖춘 사찰이다. 흔히 절에서 느낀다는 고색창연함과는 거리가 멀다. 신도시에 막 들어선 교회처럼 옛 절터에 최신 사찰 건물을 세운 것이다. 증흥사에 갈 때마다 시집 한 권을 챙겨 가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읽는다. 절에서는 차를 마셔야 어울린다는 것..

일곱 步 2021.05.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