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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의 지점 - 김유미

연기의 지점 - 김유미 서쪽이 몰려와 저녁을 지피고 있었다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를 보았을 때, 두 눈에서 켜지던 세계 팔을 휘저으면 고인 흐느낌들이 발목도 없이 걸어 나왔다 누가 사는 몸이었나? 겨울이 두 살을 밀어 올렸고 손가락 사이에서 나무가 자라나 바람을 흔들다 떨어뜨리곤 했다 한 발짝 두 발짝 유목의 길에서 만난 생의 난간 그 위에서 나를 부축하던 질서들 살들이 외로워서 흘릴 게 많아졌다 왼쪽 눈을 감으면 오른쪽 눈이 아팠다 찌익 늘어나는 솜사탕도 있고 쑥쑥 깊어지는 울음도 있다 부력의 날들이 공중으로 부양되었다 어디까지 갔니? 여기까지 왔다 발자국이 번지는 소리가 되어 해 질 녘까지 치솟는 그네 *시집/ 창문을 닦으면 다시 생겨나는 구름처럼/ 파란출판 음복 - 김유미 당신은 짧은 인사말의 문..

한줄 詩 2021.05.15

두 번째와 첫 번째 사이 - 정경훈

두 번째와 첫 번째 사이 - 정경훈 두 다리 멀쩡한 것이 성에 차지 않았으니 모쪼록 발품을 팔아 새가 되었습니다 당신에게로 도달할 수 있는 지형이 평안해졌다는 것입니다 줄자를 길게 늘어뜨려 수평을 만들고 칠석의 달이 차오르면 견우와 직녀가 남기고 간 오작교가 떠오릅니다 깃털의 결을 다듬고 부리를 닦으며 매무새를 정돈해봅니다 당신을 견주니 당신도 모르게 보이는 당신의 자태 파동으로 인해 부서지는 나의 심장 그 안의 호수 이성의 박멸 이 다리를 건너면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밤하늘에서 가장 빛날 수 있는 행위를 고릅니다 나의 첫 번째 여행 두 개의 다리로 당신을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 숨이 벅차면 자신을 잡아먹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저는 두 개뿐인 다리로 당신에게 가려는지요 오, 나의 superego..

한줄 詩 2021.05.15

여행 흐림 - 이규리

여행 흐림 - 이규리 여행은 골목을 바꾸는 일인데, 먼 골목 끝까지 가보았을 때 언젠가 내가 살았던 집인 것처럼 문을 밀자 뭉게뭉게 희부연 구름 덩이가 쏟아져나왔다 손을 휘저어보았지만 손은 잡히지 않았다 이 흐릿한 덩어리들은 다른 곳으로 던진 상한 마음인 것만 같고 덮은 증거도 같고 여행은 슬픔을 바꾸는 일인데, 나는 내 안의 말을 바꾸지 못하여 태도가 태도를 나무라고 있으니 그 골목 허전한 어디쯤 생의 청명이 있기나 하는지 펴보는 빈 손바닥은 머뭇거림과 갈등과 고립과 나는, 안 되는구나 길었구나 저 끝 돌아오라 누가 손짓을 해도 발바닥이 들러붙어 옴짝할 수 없는 구름 골목에서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 문학동네 이곳과 저곳 사이 - 이규리 ​ 다섯 평을 견디는 낮과 밤들아 너무 애쓰지 마 우리는 잊혀..

한줄 詩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