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 4746

별똥 떨어진 곳 - 곽재구

별똥 떨어진 곳 - 곽재구 스무살 적에 그는 학생운동을 했지 화염병을 들고 페퍼포그 장갑차 앞에 서서 옷소매를 펄럭였지 서른살에 그는 광고회사의 팀장이 되었지 연인들이 어떤 맥주를 마셔야 하는지 다정하게 알려줬고 어떤 치킨을 밤참으로 먹어야 입사 시험에 합격하는지 속삭였지 새로 지은 브랜드 아파트 분양 광고를 하다가 마흔이 되어 여당 대통령 출마자의 선거 참모가 되었지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우리의 꿈이라는 카피를 썼지 오십이 되어 총선 공천을 얻어 국회의원이 되었지 사년 동안 악머구리 이리떼의 소굴을 전전하다 제 발로 나왔지 여의도를 떠난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 스무살이 되기 전 지용의 시를 좋아했고 언젠가 별똥 꽃 떨어진 곳 찾아간다 했지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 창비 좋은 일 - 곽재구 ..

한줄 詩 2021.05.16

꽃 진 자리에서 꽃을 기다리다 - 피재현

꽃 진 자리에서 꽃을 기다리다 - 피재현 꽃 진 자리에서 꽃을 기다리는 시간 슬픔이 아주 천천히 말라가는 시간 울컥! 할 수도 있겠으나 그냥 또 떨어진 꽃잎 세다보면 기어이는 잊을 수도 있을 허기가 슬픔을 이기는, 기차의 행선지가 궁금해지는 그런 순간은 언제나 슬픔이 끝난 시간에 조금은 아린 혀끝으로 오려니 꽃 진 자리에 돋아나는 초록의 할거에도 질기게 슬픔을 이긴 시간이 묻어 있으려니 *시집, 우는 시간, 애지출판 장지(葬地)에서 - 피재현 기다리는 내내 살아온 날들이 허망하여 나는 내 생애를 입체적으로 보기로 했다 그렇다 그것은 기다림은 어떤 예정된 것이었다 바람 속에 묻어 온 홀씨는 제 무게를 못 이겨 휩쓸리다 날리다 겨우 산비탈 돌 조각에 끼여 봄을 기다린다 나의 생애, 혹은 그 긴 바람의 여행이..

한줄 詩 2021.05.16

하룻밤 풋사랑 - 주현미

주현미 - 하룻밤 풋사랑 하룻밤 풋사랑에 이 밤을 새우고 사랑에 못이 박혀 흐르는 눈물 손수건 적시며 미련만 남기고 말없이 헤어지던 아 아 하룻밤 풋사랑 하룻밤 풋사랑에 행복을 그리며 가슴을 움켜 안고 애타는 심정 이 밤도 못 잊어 거리를 헤매며 눈물을 벗을 삼던 아 아 하룻밤 풋사랑 #하룻밤 풋사랑 원곡을 부른 손인호 선생의 고운 음성이다. 거의 기교를 부리지 않아 장식이 별로 없이 불렀어도 애절한 반주와 함께 심금을 울린다. 유행가는 말 그대로 시대를 반영한다. 노래도 가사도 부르는 방식도 유행가의 정석이다.

두줄 音 2021.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