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똥 떨어진 곳 - 곽재구 스무살 적에 그는 학생운동을 했지 화염병을 들고 페퍼포그 장갑차 앞에 서서 옷소매를 펄럭였지 서른살에 그는 광고회사의 팀장이 되었지 연인들이 어떤 맥주를 마셔야 하는지 다정하게 알려줬고 어떤 치킨을 밤참으로 먹어야 입사 시험에 합격하는지 속삭였지 새로 지은 브랜드 아파트 분양 광고를 하다가 마흔이 되어 여당 대통령 출마자의 선거 참모가 되었지 당신이 좋아요 당신은 우리의 꿈이라는 카피를 썼지 오십이 되어 총선 공천을 얻어 국회의원이 되었지 사년 동안 악머구리 이리떼의 소굴을 전전하다 제 발로 나왔지 여의도를 떠난 그가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지 스무살이 되기 전 지용의 시를 좋아했고 언젠가 별똥 꽃 떨어진 곳 찾아간다 했지 *시집/ 꽃으로 엮은 방패/ 창비 좋은 일 - 곽재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