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步

북한산, 산성입구-중흥사-백운대-숨은벽-사기막골

마루안 2021. 5. 11. 21:58

 

코로나 덕에 작년부터 부쩍 산을 타는 일이 많아졌다. 멀리 떠날 수 없으니 가까운 북한산이라도 부지런히 오르자는 쪽이다. 5월이 가기 전에 더욱 부지런을 떤다. 이번 산행은 중흥사를 거친다. 북한산성 입구에서 계곡길 대신 임도를 따라 걸으면 대서문이 나온다.

 

함박꽃이 핀 무량사 입구다. 

 

보리사 입구에서 갈림길을 만난다. 오른쪽으로 가면 중흥사를 거쳐 백운대로 갈 수 있다.

 

 

중흥사는 오랜 기간 폐사지로만 남아 있었다. 최근 10년 사이 복원 되어 절 모양새를 갖춘 사찰이다. 흔히 절에서 느낀다는 고색창연함과는 거리가 멀다. 신도시에 막 들어선 교회처럼 옛 절터에 최신 사찰 건물을 세운 것이다.

 

 

증흥사에 갈 때마다 시집 한 권을 챙겨 가 이곳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읽는다. 절에서는 차를 마셔야 어울린다는 것도 선입견이다.

 

다음주가 부처님 오신 날이라 평소 그냥 지니치기만 했던 봉성암을 가보고 싶었다. 입구에 신도 외에는 오지 말라는 표지판이 보인다. 그래도 설마 문전박대야 하겠는가 했는데 개가 어찌나 사납게 짖는지 정나미가 떨어져 그냥 내려왔다.

 

 

 

용암문을 지나 내쳐 걸으면 바로 백운대가 마중을 나와 환영한다.

 

 

 

 

드디어 정상이다. 요 근래 이렇게 시내가 선명하게 보인 날이 없었다. 이것도 일종의 행운이다.

 

 

 

사람도 많지 않고 시야가 확 트인 풍광이 너무 좋아 오래 앉아 있다 하산을 한다.

 

 

숨은벽을 타기 위해 밤골 방향으로 들어선다.

 

거대한 암벽 사이를 돌아 걷다 보면 인수봉이 더욱 가까이 보인다.

 

 

 

친절한 이정표에 감사하면서 밤골 방향으로 걷는다.

 

 

암벽 사이 곳곳에 연둣잎을 단 나무들이 환영을 한다.

 

 

가파른 내리막길 후에 만나는 샘터, 예전에는 이런 약수가 산행 중에 맛보는 청량수였다.

 

샘터를 지나서 만나는 이정표, 숨은벽을 가기 위해 사기막골 방향으로 걷는다.

 

 

그저 감탄만을 연발하며 경치에 흠뻑 취했다. 좋은 날씨 덕에 눈호강 제대로 한다.

 

 

 

 

 

 

 

 

흙수저도 없이 잡초처럼 살았기 때문일까. 산에 갈 때마다 바위 틈에 서 있는 소나무의 생명력에 감탄한다. 

 

 

 

밤골과 사기막골 갈림길 이정표다. 이곳을 지나도 여전히 멋진 조망은 계속된다.

 

 

 

 

사기막골이 지척에 내려다 보이는 이곳에 자리를 잡고 오래 머물기로 한다. 그늘 밑에서 시집 읽기 좋은 날씨다.

 

 

 

소나무의 질긴 생명력과 멋진 주변 풍광을 오래 바라본다. 건강한 다리, 건강한 눈이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추락주의 표지판이 무색할 만큼 풍경에 취한 바람이 거듭 산밑으로 추락을 한다.

 

 

사기막골 입구에 도착하니 여름으로 가는 길이 마중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