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물에 대한 기억 - 최준 계산속으로는 하루에 하루를 더하면 이틀이 맞다 맞지만 두레박에서 부엌까지 여름에서 다시 여름까지 하늘을 이고 물동이가 오간 거리는 별들이나 읽을 수 있던 시간 할머니 적 얘기다 우물 안 개구리가 구름 위로 팔짝 뛰어오르기도 하고 버드나무 화살촉 하나가 그 어두운 구멍을 향해 잘못 쏘아지기도 하고 넘칠 일 없는 함박눈이 둥근 적요를 메워보려고 무리하게 겨울을 온통 겨울로 안간힘 쓸 때도 무릎 한 번 출렁이지 않고 그냥 버텼을 거다 할머니 돌아가신 지 삼십 년 뒤란 장독대를 반짝여주던 북극성을 묻어버리고 버드나무 밑동을 잘라 마지막 아궁이에 불을 지피던 저녁 남몰래 지워진 길이 하나 있었을 거다 아무도 만져주지 않았던 시간이 저 홀로 먼 길을 가고 있었을 거다 눈물 흘러넘치면서 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