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의 나날 - 윤석정 나이를 들어도 비슷비슷한 나날들의 미묘한 차이를 몰라 나는 차이에서 막막하고 나날에서 막연하다 나날들의 이름에 얼굴이 있을 텐데 내가 알 수 없는 얼굴들은 어둡다 휴대 전화의 이름을 들여다보다가 그의 얼굴이 떠오르지 않아도 동명이인의 얼굴들이 마구 겹쳐도 혹여 그가 최초의 내 얼굴을 이미 삭제했더라도 나는 알 수 없는 얼굴들의 이름을 지울 수 없다 그의 이름은 미지이므로 때때로 해묵은 일기장 속의 얼굴들이 영영 다다를 수 없는 미지의 저편처럼 점점이 어두워지고 내가 관통했던 시공의 얼굴들은 검정으로 변했으므로 하여 내게 미지의 나날은 검정 미지의 이름은 최초의 어둠 영혼은 투명 나의 얼굴에 영혼이 담겨 나의 이름도 투명이어야 될 텐데 나이가 들수록 최초의 얼굴들은 밥 먹듯 나날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