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마지막 집 - 손음 햇살이 꼬들하다 무거운 고요가 더러운 개 한 마리를 끌고 다니는 정오 빨간 다라이에 핀 접시꽃이나 본다 채반에 널린 납세미나 본다 상자같이 허술한 집에 건들건들 한 채의 배를 타고 앉은 듯 달포째 저렇게 잠겨있는 사내, 이런 개... 설핏한 나이에 죄다 욕으로 마시는 소주를 뭐라 말할까 모든 걸 다 떨어먹고 여기까지 와서 생이 이렇게 요약될 줄 몰랐다 그래 어쩔래, 나 이제 고집 센 쉰이다 창문도 말이 없기는 마찬가지 사내를 닮은 집도 말이 없다 그 둘이 서로를 껴안고 있는 동안 사내는 선창가나 한 바퀴 돌까 말까 천막 횟집에 상추 쌈을 싸 주느라 난리도 아닌 커플이 입이 찢어져라 좋아 죽는다 확, 불이라도 싸지르고 싶은 저녁이라면 어쩔 것이냐고, 파도 소리 귀에 고이도록 쉰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