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봉을 거쳐 백운대에 올랐다. 이 길은 정상으로 가는 길 중에 비교적 한산한 코스라 자주 이용한다. 일상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데 산에서까지 앞사람 엉덩이만 보며 걷는 것처럼 무료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런 산행이라면 차라리 운동기구가 갖춰진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 것이 낫다. 어느 건물 벽에 있는 원효봉 안내 글자다. 얼마전까지 연두색 새순이 돋았었는데 어느새 푸른 담쟁이 덩굴이 무성하다. 둘레길과 등산길이 나뉘는 곳이다. 원효봉은 오른쪽으로 가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서암문이다.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문이라 해서 시구문이라고도 한다. 원효암이다. 작고 아담한 가정집 같은 암자다. 북한산의 절들이 대중과 단절된 절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예외다. 이렇게 열린 절일수록 탐방객은 있는 듯 없는 듯 바람결처럼 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