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속에 나를 넣는다 - 피재현 허청허청 문상 다녀오셔서 큰 마루에 대자로 누우시던 조부님 양은 주전자 들고 불알도 덜 영근 내가 밭둑길 걸어 퍼 나르던 조부님 막걸리 연고도 없는 저승에서는 누가 나 대신 술심부름 할까 옛 풍경 속에 나를 넣는다 몇몇 우화들을 함께 넣는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이를테면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안부를 묻는 것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하는 일 이를테면, 십수 년 만에 돌아 온 큰누나의 분 냄새 같은 것, 낯선 사내에게 '매형'이라고 처음 불러보던 이상한 기표(記表) 한 번도 주인공인 적 없었던 풍경 속에서 나를 빼내 온다 내가 없는 풍경 속에서 도화(桃花) 진다 할아버지 돌아가신다 *시집, 우는 시간, 애지출판 부고 - 피재현 문상 가서 허기를 용서하는 데 오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