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효봉을 거쳐 백운대에 올랐다. 이 길은 정상으로 가는 길 중에 비교적 한산한 코스라 자주 이용한다. 일상에서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데 산에서까지 앞사람 엉덩이만 보며 걷는 것처럼 무료한 일이 또 있을까. 그런 산행이라면 차라리 운동기구가 갖춰진 동네 뒷산을 산책하는 것이 낫다.
어느 건물 벽에 있는 원효봉 안내 글자다. 얼마전까지 연두색 새순이 돋았었는데 어느새 푸른 담쟁이 덩굴이 무성하다.
둘레길과 등산길이 나뉘는 곳이다. 원효봉은 오른쪽으로 가라는 안내판이 나온다.
서암문이다. 죽은 사람을 내보내는 문이라 해서 시구문이라고도 한다.
원효암이다. 작고 아담한 가정집 같은 암자다. 북한산의 절들이 대중과 단절된 절이 대부분인데 이곳은 예외다. 이렇게 열린 절일수록 탐방객은 있는 듯 없는 듯 바람결처럼 흔적 남기지 말고 조용히 다녀가는 것이 예의다.
원효암 지나면 조금씩 조망할 수 있는 시야가 트인다.
원효봉에 도착하기 직전에 늘 내가 쉬는 곳이다. 나는 이 암봉을 작은 원효봉으로 부른다. 비틀린 소나무 아래에 앉으면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기 그지 없다. 겨울엔 너무 추워 잠시도 있기 힘들다. 사람도 많지 않고 내려다 보이는 풍광이 좋아 캔커피를 마시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원효봉이다. 바위산 봉우리치고는 공간이 넓은 원효봉이다. 바로 앞에 염초봉과 북한산 정상이 보인다.
북문이다. 두 겹으로 된 문이다. 이제부터 백운대까지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걷다가 한숨 돌리며 쳐다보면 저 멀리 정상이 보인다.
마지막 연둣빛 잎들이다. 이유식을 마치고 성하의 햇볕에 녹음의 계절을 보낸 후 4개월쯤 지나면 단풍물이 들겠지. 엊그제 눈 녹은 등산길을 걸은 것 같은데 세월은 이렇게 빠르다.
이곳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쉰다. 조금만 걸으면 곧 정상이 보인다.
올 봄에 유독 비가 자주 내리고 궂은 날씨가 많았는데 모처럼 맑고 쾌청한 날이다.
정상에서 짧게 머물고 바로 하산이다.
하산 도중 뒤를 돌아보면 백운대가 배웅을 한다.
출입이 금지된 노적봉이다. 암벽 장비를 갖춘 사람만 갈 수 있다. 이곳을 지날 때 늘 입맛만 다시고 돌아선다. 예전에 설악산 용아장성을 장비 없이 완주하며 펄펄 날던 시절 몇 번 올랐던 노적봉이다. 조만간 날 잡아 도전할 생각이다.
이제 성곽길을 따라 걷는다. 대동문부터 대남문까지 몇 개의 문을 만날 수 있다.
코로나로 앉지 못하게 금줄이 쳐진 대동문 앞 공간이다. 덕분에 떼 지어 술판 벌이는 진상 중년들 안 봐서 좋다.
대남문을 지나 바로 문수봉을 오른다.
언제 봐도 좋은 문수봉의 풍광이다. 날씨까지 조망을 도와 주니 너무 좋다.
편한 우회길 대신 암벽길을 탄다. 잠시 산 타는 맛을 느꼈다 싶을 즈음 곧 승가봉이 나온다.
이 길에서 늘 만나는 바위 틈 소나무에게 안부를 묻는다. 곧 사모바위를 만날 수 있다.
사모바위 지나 향로봉 도착하기 직전에 꼭 내가 쉬어가는 곳이다. 전망이 좋아 오래 앉아 있고 싶은 곳이다.
향로봉이다. 이곳의 조망 또한 가슴 떨리게 좋다.
향로봉에서 내려와 족두리봉으로 향한다. 저 멀리 족두리봉이 보인다.
거대한 철탑을 만난다. 이것은 족두리봉이 가까워졌다는 이정표다.
드디어 족두리봉 정상이다. 예전에 이곳에서 일출이나 일몰을 감상할 때가 있었다.
좋은 날씨 만난 덕에 탁 트인 조망을 실컷 감상했다. 바람도 심하지 않고 앉아 있기 좋은 날이었다.
하산 길에 돌아 보니 멀리 족두리봉이 손을 흔든다.
대호아파트 쪽으로 하산이다. 지척에 이런 길이 있는 불광동 사람들은 복 받은 주민이다.
꼼꼼한 측정은 아니지만 8시간 가까이 걸었다.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건강한 다리가 있어서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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