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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 이규리

바다 - 이규리 새벽빛을 오래 바라보다가 볶은 콩 네 알을 씹으며 속쓰림을 달랬다 우리는 아침을 함께 본 적이 없다 데려오지 못하는 아침에게 질문하는 대신 나는 답을 줄여나간다 내가 원하는 날짜가 이 생엔 없을 것 새벽빛은 보라와 실어와 분홍의 순서였고 마음은 적요와 파랑과 고립의 순이었다 배들이 떠 있을 뿐 나아가지 않는 평면을 종일 바라보았다 그런 것 적막이야 나의 말도 두 개의 흔들림과 두 번의 수평 흔들리지 않는 배들은 고통이 아래에 있을까 마음은 무엇입니까 어린 사람이 큰 사람에게 물었다는데 갈 때는 보이는 쪽, 올 때는 어두운 쪽 모르긴 해도 누구나 흔들리고 있었을 것 잘하려던 아침은 울곤 하여 잘하지 않는 편을 택하는 마음이 나을 것이다 내가 점점 사소한 일이 되었다는 걸 잊었다 해도 *시집..

한줄 詩 2021.06.11

진보적 노인 - 이필재

제목만 보면 팔순을 앞둔 사람의 인생 회고록처럼 들릴 수 있겠다. 저자 이필재는 1958년 개띠다. 요즘 60대를 노인이라고 하기엔 좀 민망하지만 책 제목은 상징적인 표현으로 여긴다. 우선 이라는 제목에 딱 꽂혔다. 제목도 좋고 깊이 공감 가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이런 책을 읽으면 저자가 궁금해진다. 이필재는 서울고를 나와 연세대에서 언론학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한국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사에 입사한다. 기자로 복무하다 2013년 쉰다섯에 정년퇴직했다.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여기까지의 약력을 보면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류의 사람이다. 나는 강성 보수주의자와 타종교를 배척하는 기독교인을 좋아하지 않는다. 저자는 기독교인이면서 꽤나 진보적이다. 한국의 기득권 동맹에 기생하는 개신교 목사들이 종교 자영업자..

네줄 冊 2021.06.10

지구로 달려온 떨림 - 김익진

지구로 달려온 떨림 - 김익진 그를 인용하지 말라 차가운 어둠 속의 불일 뿐이다 허허망망 달리다 보니 네가 본 화염이다 그를 평범한 시선으로 보아라 그는 어느 창문에도 얼룩을 남기지 않는다 웅크리다 직교하는 빛일 뿐이다 그는 진원지에서 뜨거웠다 차가움의 극한을 뚫고 지구로 달려온 떨림이다 어둠이 전부일 때부터 그 없이는 아무 날도 없었다 그는 세상보다 빨라 언제나 어디서나 혼자였다 너희는 모두 그로부터 왔다 모든 기술도 그로 이루어졌다 그에게는 신화 같은 수백억 광년이 있다 그 세월이 있어 비가 내리고 바람이 분다 그 없이는 아무 날도 없다 *시집/ 사람의 만남으로 하늘엔 구멍이 나고/ 천년의시작 우주의 격자 - 김익진 우주의 장엄함 속에 우리의 삶은 미미하고 순간적이다 별빛 아래 숨겨진 각자의 비밀들 ..

한줄 詩 2021.06.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