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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는 슬픔의 방식을 눈물로 바꾸는 거예요 - 이기영

아날로그는 슬픔의 방식을 눈물로 바꾸는 거예요 - 이기영 흐느낌과 어깨의 떨림을 돋보기처럼 볼록하게 터질 듯 위험수위를 견디는 눈물은. 서툰 방향 사이에서 끊임없이 점멸하는 신호등을 건너 마침내 굳게 선 결심을 따라가는 눈물은, 좋은데이를 몇 번이나 지나야 쓸쓸한 위장을 모두 속일 수 있는지 내게 주어진 슬픔만큼만 탕진하고 나면 까마득하게 사라지는지 명랑하게 잊히는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온 힘을 들여 밀어내는데도 계속해서 또 다른 감정이 생겨나는 표정 속에 뒤섞이고 마는 이 완벽한 한 방울의 통증, 아, 무섭도록 일반적이다 *시집/ 나는 어제처럼 말하고 너는 내일처럼 묻지/ 걷는사람 유월의 숲 - 이기영 너무 멀어 몸을 던질 수조차 없던 시퍼런 바닷물 속에 서둘러 반짝거리고 알아서 일렁이던 눈빛이 있었..

한줄 詩 2021.06.16

트로트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 장유정

어릴 때 누이가 즐겨 부른 탓에 트로트를 좋아한다. 트로트는 말 그대로 유행가였다. 누이도 라디오에서 나오는 노래를 들으며 트로트를 배웠을 것이다. 장독대에 올라가 숟가락을 마이크 삼아 이미자와 하춘화의 노래를 구슬프게 불렀다. 이 책은 한국 트로트 역사를 기술한 책이다. 클래식에 관한 책은 많아도 대중음악을 연구한 책은 드문데 꽤 흥미롭게 읽었다. 내 혈관에 트로트 선율이 흐르고 있기에 많은 부분 공감을 하면서도 왜 하필 트로트라는 이름으로 고정이 되었을까에는 늘 불만이었다. 어릴 때 태풍과 함께 퍼붓는 비에 홍수가 난 적이 있다. 동네 담벼락이 무너지고 개울이 터지고 감나무가 부러지고 피해가 막심한데 마을 앞 수문은 멀쩡했다. 그때 동네 어른들 하는 말이 일정 때 왜놈들이 만든 수문이어서 이 물난리에..

네줄 冊 2021.06.15

슬픔을 줄이는 방법 - 천양희

슬픔을 줄이는 방법 - 천양희 빛의 산란으로 무지개가 생긴다면 사람들은 자기만의 무지개를 보기 위해 비를 맞는 것일까 빗속에 멈춰 있는 기차처럼 슬퍼 보이는 것은 없다고 까닭 모를 괴로움이 가장 큰 고통이라고 시인 몇은 말하지만 모르는 소리 마라 오죽하면 슬픔을 줄이는 방법으로 첫째인 것은 비 맞는 일이라고 나는 말할까 젖는 일보다 더 외로운 형벌은 없어서 눈이 녹으면 비가 되는 것이라던 선배의 말이 오늘은 옳았다 빗소리에 몸을 기댄 채 오늘 밤 나는 울 수 있다 전력으로 *시집/ 지독히 다행한/ 창비 견디다 - 천양희 ​ 울대가 없어 울지 못하는 황새와 눈이 늘 젖어 있어 따로 울지 않는 낙타와 일생에 단 한번 울다 죽는 가시나무새와 백년에 단 한번 꽃 피우는 용설란과 한 꽃대에 삼천 송이 꽃을 피우다..

한줄 詩 2021.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