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구름 - 최준 흙먼지 뒤집어쓰고도 하얗게, 환하게 웃던 아까시꽃이 너무 눈부셨을까 길이 피를 더렵혔다고 이제 그만 객석에서 일어서야 한다고 극장 뒷문으로 공기처럼 조용히 사라지던 그를 아무도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스크린에서 계속되는 도살 관객들은 너무 잔혹하다며 아우성이었는데 어떤 매몰지도 그를 기다리지 않아 소리 없는 세계로 가고자 했던 걸까 나이가 서른 살이었던 건 그가 이십 대의 산맥을 지나왔다는 것 모든 소멸을 무사히 버텨냈다는 것, 그러니 자 이제 어디로 간다? 복수로 무거워진 배를 끌어안고서는 복수를 꿈꿀 노릇도 이미 아니었는데 총도 아니고 칼도 아닌 말씀으로 내일을 예언하던 일기예보 믿지 못하고 멈출 수도 없어 그는 허공에 발을 내딛기로 했다 내 귀가 너무 커져서 그래 옥상을 긋고 지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