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달 동안 오래 붙들고 있던 시집을 이제야 내려 놓는다. 작년 가을쯤이었나. 헌책방에 갔다가 이 책을 발견했다. 헌책으로 팔리기에는 아직 싱싱한 새책이다. 이런 책을 만나면 깨끗이 읽고 헌책방으로 데려다 준 마음씨 고운 독자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서점엘 갈 때마다 신간 코너에서 시집을 들춰보기에 분명 이 시집도 내 손길에 스쳤을 것이다. 특히 최근에 시집을 꾸준히 내고 있는 걷는사람, 반걸음, 달아실, 상상인 등에서 나온 시집은 빼놓지 않고 들춰본다. 모든 시집을 다 읽을 수는 없어도 최소한 제목과 약력과 목차 정도는 훑어 보는 편이다. 그렇게 스쳐 지났던 시집이 우연히 헌책방에서 다시 인연이 된 것이다. 다소 두꺼운 시집을 큰 기대 없이 들췄다가 숨이 턱 막혔다. 여백이 많지 않은 빽빽한 문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