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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가 있다, 살아야겠다 - 이문재

죄가 있다, 살아야겠다 - 이문재 죄짓고 살자 오늘 밤 아기 예수 다시 오시도록 죄 많이 지으며 살자 원수를 미워하자 자비로부터 멀어지자 오늘부터 부처님 외롭지 않으시도록 우리 죄짓되 죄다운 죄 지으며 살자 원수를 저주하되 원수다운 원수를 저주하자 물론 법도 어기자 어길 만한 법 어겨서 법이 법다워질 수 있도록 법도 어기며 살자 죄가 있다 살아봐야겠다 보란 듯이 한번 살아봐야겠다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얼굴 - 이문재 -아주 낯익은 낯선 이야기 내 얼굴은 나를 향하지 못한다 내 눈은 내 마음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손은 내 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얼굴은 남의 것이다 손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기 위한 것 누군가에게 내밀기 위한 것이다 입과 코가 그렇고 두 귀는 물론 두 발도 그러하다 안 못지않게 바..

한줄 詩 2021.06.26

흐르는 강물처럼 - 김재룡

흐르는 강물처럼 - 김재룡 사랑, 그런 거 아무것도 아닌 거예요. 사랑이라는 건 목숨을 거는 거예요. 속삭이듯 말했다. 그런 것이었다. 흐르는 강물처럼 속절없는 것이었다. 목숨을 걸 수 없었으므로 내 사랑은 아무것도 아닌 것이었다. 그 순간 나는 죽었다. 그날이었다. 천년의 세월은커녕 단 하루도 기약하지 못하고 소멸되었다. 안녕. 그렇게 내 그대를 떠났던 것은 세상의 처음이 궁금해서였을 터이다. 애초에 뒤돌아 볼 일이 아니었다. 떠나온 것들에 대하여 뒤돌아보는 것도 어쩔 수 없겠다. 작정한 것이 아니었다. 내가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는 동안이겠다. 그대 또한 깊어가는 강물의 가장 깊은 곳만큼 아주 조금은 흔들렸으리라. 죽어 떠나간 것들이 살아 있는 것들을 뒤돌아보는 것이다. 떠나야 만날 수 있는 세상의 끝..

한줄 詩 2021.06.25

이상한 재판의 나라에서 - 정인진

흥미로운 내용이라 단숨에 읽은 책이다. 는 판사 출신 정인진 변호사가 생에 처음 쓴 책이다. 24년 간 판사 생활을 했고 지금은 법무법인 바른의 변호사인 저자는 내년이면 칠순이 된다. 그가 경향신문에 연재한 칼럼이라 이미 읽은 글이 여럿이지만 다시 읽어도 두루두루 공감이 간다. 오랜 기간 판사로 밥벌이를 했고 지금은 변호사로 일 하고 있는데 그가 말하는 밥벌이에 관한 명문장이 있다. . 일반인에게는 생소하지만 재판 후에 남는 판결문은 읽기도 어렵다. 또 재판 경험이 없는 사람은 읽어본 적도 없을 것이다. 저자는 판결문에 관해서도 아주 세밀하게 언급한다.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 그러고 보면 판사의 밥벌이도 쉽지는 않다. 그 외에는 거나 등을 설명하면서 판사가 작성한 판결은 승복할 ..

네줄 冊 2021.06.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