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가 있다, 살아야겠다 - 이문재 죄짓고 살자 오늘 밤 아기 예수 다시 오시도록 죄 많이 지으며 살자 원수를 미워하자 자비로부터 멀어지자 오늘부터 부처님 외롭지 않으시도록 우리 죄짓되 죄다운 죄 지으며 살자 원수를 저주하되 원수다운 원수를 저주하자 물론 법도 어기자 어길 만한 법 어겨서 법이 법다워질 수 있도록 법도 어기며 살자 죄가 있다 살아봐야겠다 보란 듯이 한번 살아봐야겠다 *시집/ 혼자의 넓이/ 창비 얼굴 - 이문재 -아주 낯익은 낯선 이야기 내 얼굴은 나를 향하지 못한다 내 눈은 내 마음을 바라보지 못하고 내 손은 내 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한다 얼굴은 남의 것이다 손은 누군가의 손을 잡아주기 위한 것 누군가에게 내밀기 위한 것이다 입과 코가 그렇고 두 귀는 물론 두 발도 그러하다 안 못지않게 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