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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절 시인, 트루베르 피티컬을 추억함

요즘 한 시집을 뚫어져라 읽고 있다. 고태관의 시집 이다. 그의 유고 시집이다. 보라색 표지에 쌓인 시들이 처연하다. 그의 시를 읽고 나면 유고 시집이란 선입견을 지우고도 이런 느낌이 들 것이다. 이 시집이 나오기 전까지 피티컬이란 존재를 몰랐다. 알았다 해도 큰 관심은 없었을 것이다. 그는 시를 노래하는 랩퍼였다. 이 시집을 읽으면서 고태관에 관한 기사를 찾다 동영상 하나를 발견했다. 그 영상을 보고 그가 어렸을 때부터 시인이 꿈이었다는 걸 알았다. 고등학생 때부터 시인이 되고 싶었고 20년 동안 신춘문예를 투고했다. 번번히 낙선을 하면서도 매년 12월이 되면 신춘문예 투고병이 도졌다. 학교 친구들은 이미 등단을 한 시인이 많았다. 예전 신림동 고시촌에서 매년 낙방을 하면서 늙어 가는 고시 낭인이 생각..

여덟 通 2021.06.19

새의 감정 - 김유미

새의 감정 - 김유미 할머니와 둘이 사는 것은 슬펐다 내 속에 누군가 버린 새가 살고 있다 숨을 쉬기 위해 영화관엘 갔고 가칭 투명이라고 했고 그날의 새는 불투명해서 날아가 버렸다 사람들은 모르는 눈치였지만 팝콘을 주고받은 아르바이트 언니는 눈동자가 그렇게 우울해도 되겠어? 라며 흰 구름을 권유했다 영화를 뒤집어 새를 불러냈다 허공의 줄거리에 초점을 맞추고 다시 얻은 새에게 흰 구름을 떠먹이는데 노랗게 물들인 내 머리카락이 자랐다 주머니 속 내 영혼을 만지작거리면 캐러멜처럼 끈적이는 손바닥 할머니 곁에서 꿈이라고 애교 떨고 화분 곁에서 예쁘지 예쁘지 속삭이다가 내 곁에서 거품이라고 풀이 죽기도 했다 벼랑을 다른 이름으로 바꾼다면 굳어 버린 날개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는 할머니 안 들리는 척 창밖으로 새를 날..

한줄 詩 2021.06.19

저녁의 후회 - 박주하

저녁의 후회 - 박주하 ​ 꽃을 사랑한다면 끔찍한 마음은 그 꽃 밑에 누워야 할 일 그러나 이미 살구꽃 핀 저녁들을 후회하던 참, 골목마다 헐값으로 꿈을 밀어 넣고 나자 모든 것이 사소하고 충분했으며 비에 젖을수록 맨발이 딱딱해진다 위로는 습관이기에 슬그머니 손을 놓고 돌아서지만 물 깊어 건너지 못하는 다리는 결코 당신의 불운이 아니다 마음을 다쳐 몸 안에 갇혔으니 입 벌린 고요에서는 죽음의 냄새가 난다 캄캄하고 작아진 마음들이 밀려드는 저녁 어둠을 핑계 삼아 질기게 불안을 껴안으니 불행을 너무 쉽게 불태우고 난 기분, 소리 없이 혼자 뜨거워진 심장을 버리고 흰 새가 떠나간다 *시집/ 없는 꿈을 꾸지 않으려고/ 걷는사람 불가피한 저녁 - 박주하 변심의 기미를 읽고 울컥 몸이 상해 버렸지 절반의 슬픔과 절..

한줄 詩 2021.06.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