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된 기억 - 함명춘 바람 불면 바람 부는 쪽으로 풍애마을 한쪽 발을 지그 밟고 서있는 느티나무의 가지가 힘없이 기울어지곤 하였다 태양의 억센 팔뚝 안에서 월척같이 뛰어오르는 여름 마을 사람들은 비가 내리기만을 손꼽아 고대했지만 늘 하늘은 굳게 입술을 다물고 기다림의 가지 끝에선 맑은 피 대신 누런 고름이 새어 나왔다 마른 장작개비처럼 갈라진 전답들이 쉬 오지 않는 잠 근처까지 떠밀려 왔다 떠밀려 갔다 몇 평의 그늘을 일구며 바짝 푸른 허리띠를 졸라매는 물오리나무 숲 자꾸만 잔뿌리들은 죽음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고 책보다 배고픔이 더 가득 들어찬 책가방을 멘 아이들이, 피라미같이 쏟아져 내려가는 하굣길을 따라 무작정 싱경한 열여덟 열아홉 살 자식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이따금 어둠의 발자국 소리가 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