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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는 독서 - 박노해 사진전

박노해 시인은 언젠가부터 글 쓰는 일보다 사진 찍는 일에 더 열성을 보이는 작가다. 가슴 저미는 그의 시에 공감했던 터라 이번 사진도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가 늘 그랬던 것처럼 새책을 내면서 함께 사진전을 여는 것이다. 그동안 그의 사진이 흑백 위주였는데 이번 사진은 컬러다. 그의 사진과 글을 작은 액자로 제작해 판매도 하고 있다. 코로나로 우울한 시기에 실내에 걸어 두면 공기청정기처럼 마음을 정화하는데 도움이 될 사진들이다. 이번에 나온 책 는 성경책처럼 두껍지만 크기는 손바닥 정도다. 미니멀리즘을 실천하고 있는 그답지 않게 다소 덜 효율적인 디자인이 아닌가 싶다. 책 크기가 작다보니 당연 사진도 명함 크기 정도에 머문다. 뭐든 커야 좋은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눈이 적응할 정도는 돼야 하는데 아쉽다..

여덟 通 2021.07.04

한영수, 이노우에 코지 사진전 - 그들이 있던 시간

류가헌에서 의미 있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한영수와 일본인 사진가 이노우에 코지의 2인전이다. 생전에 둘은 일면식도 없었지만 훗날 두 사진가의 자녀들의 눈에 작품이 들어오면서 교류하게 된다. 자녀들은 두 작가의 사진이 유사한 점에 착안해 서로 교류하다 이번 전시가 마련되었다. 두 사람이 활동했던 1950년대와 60년대 서울과 후쿠오카의 풍경을 담았다. 50년대 후쿠오카와 60년대 서울은 전쟁의 후유증을 아직 벗지 못했던 때다. 한영수 선생의 사진은 언제 봐도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작가도 세상을 떠났고 당시의 풍경은 흔적 없이 사라졌지만 이렇게 사진이 남아 옛날을 회상하게 한다. 사진의 위대함을 새삼스럽게 깨닫는다. 이런 작가가 있어 얼마나 다행인가. 전시장은 두 작가의 일부 유사 작품을 나란히 배치해..

여덟 通 2021.07.04

혼자의 넓이 - 이문재 시집

예전에 기형도의 이라는 산문집에서 이문재 시인에 관한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기형도가 찾아간 대구의 장정일이 그랬다. 이문재는 초기 시가 너무 좋아 더 이상 시를 쓰지 못할 거 같아 슬프다고 한다. 내 기억이 정확한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장정일의 말처럼 이문재 시인의 초기 시가 너무 좋았음은 얼치기 독자인 내가 읽어도 동의가 된다. 그런 차에 이문제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는 소식에 헐레벌떡 서점을 찾았다. 평소에는 신간 소식을 접해도 천천히 찾아서 읽지 뭐, 하면서 느긋한 편이다. 아이스크림처럼 시간 지나면 녹아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유통기한이 지났다고 폐기 처분하지도 않을 테지만 서둘러 읽고 싶은 책이 있다. 표지만 만져도 좋은 시집, 단숨에 읽지 않더라도 아니면 잠시 밀쳐두더라도 눈에 띄면 책은 ..

네줄 冊 2021.07.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