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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예술이 필요할 때 - 심상용

이런 저런 일로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책을 읽었다. 단숨에 읽은 것이 아니라 거의 한 달에 거쳐 조금씩 읽었다. 사람의 인생과 예술을 다룬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일생이 궁금해진다. 저자 심상용 선생은 참 많은 책을 썼으나 내가 읽은 것은 두어 권뿐이다. 1961년 서울 출생인 심상용 선생은 서울미대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8대학, 파리1대학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내가 제대로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저자는 군계일학보다 독야청청에 가까운 학자다. 인생, 죽음, 예술, 사랑, 치유 등 다섯 단락에 나눠 여러 화가의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배치된 그림과 함께 저자의 맛깔스런 해설이 몰입도를 높인다. 미술 교과서에 나오는 유명 화가의 그림이 많지만 처음 보는 그림도 여럿 보인다..

네줄 冊 2021.07.08

시큰거린 이유 - 손석호

시큰거린 이유 - 손석호 콧등에 기댄 안경을 손가락으로 쓸어 올릴 때, 문득 내 풍경이 누군가에게 등을 기대고 있는 것 같아 살며시 눈이 감겼다 언젠가부터 앙상한 풍경 속에 당신이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아 억지로 기억해 낸 체취에 기대어 잠들곤 했는데 빗소리에 놀라 눈뜨면 체취는 항상 말끔하게 씻겨져 있었다 장마의 밤이었다 체취가 젖지 않게 마음속에 코를 닮은 오두막을 짓고 창을 활짝 열어 놓았다 며칠을 기다려도 아무 냄새가 나지 않아 창밖으로 목을 빼내 킁킁거렸다 콧등으로 빗물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시집/ 나는 불타고 있다/ 파란출판 구속 - 손석호 고3이던 그해 늦은 사춘기가 찾아왔고 논을 갈던 우리 집 암소가 송아지를 낳았다 촌에서 공부 좀 한다고 읍내에서 하숙까지 시켰지만 송아지가 걸음마를 배울..

한줄 詩 2021.07.08

하울링 - 김륭

하울링 - 김륭 참 신기하지 혼자 먹는 라면 한 그릇 파르르 손이 떨릴 만한 그런 일 같기도 한데 면발 한 줄 흘리지 않고 비우는, 어느 여름날엔 양은냄비 가득 빗줄기 담아 와서는 병뚜껑보다 작게 오므린 그 입 좀 열어보라고 이런 게 빛이라고, 빛보다 목이 길어진 영혼의 보푸라기라고 몽실몽실 수줍게 늙은 너구리처럼 말한 것도 같은데 면발 한 줄 흘리지 않는 라면 한 그릇, 내가 모아두었던 네 목소리 한 그릇 물끄러미 15층 베란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고양이처럼, 발소리 죽이고 걸었던 어느 구름 속에서는 지금쯤 비가 일어서는 중이겠지만, 참 애가 타 너무 길어서 다시 쓸 수 없는 한 줄 쓰지 못해 지울 수도 없는 한 줄 흥건하게 내가 나에게 무슨 일인가를 저지른 것 같은데 면발 한 줄 흘리지 않고 바닥을 비..

한줄 詩 2021.07.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