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자세 - 정선희 하늘이 맑아 한바탕 잘 울었다 날카로운 햇살에 옆구리를 찔린 난간이 드러났다 비로소 난간의 방치된 만큼 공손해진 그늘을 본다 가계부에서 해석할 수 없는 슬픔의 구석을 지우고 밤과 낮의 궤도를 돌아온 뒷걸음의 목록을 다시 쓴다 사거리에서 몇 십 년째 목격자의 행방을 묻는 바람은 여전히 흩어지는 플래카드의 윤곽을 붙잡는다 수직으로 움직이는 편향력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새들의 세상은 오른쪽과 왼쪽을 조율한다 오른쪽을 맞추면 왼쪽이 왼쪽을 맞추면 오른쪽이 문득문득, 운다 *시집/ 아직 자라지 않은 아이가 많았다/ 상상인 우리들의 인당 - 정선희 대나무 꽂힌 집에 가면 인당의 밝기를 보고 그 사람의 운명을 혹은 꽃이 떨어지는 방향을 알아맞힌다고 한다 이 말을 듣고 그곳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