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의 모자 - 이산하 시를 쓸 때마다 이창동 감독의 명화 가 떠오른다. 잔잔한 강물 위로 엎어진 시체 하나가 떠내려온다. 하늘을 바로 보지 못하고 죽어서도 엎어져 있다. 멀리서 내 앞으로 운구하듯 천천히 다가오면 마침내 영화 제목이 수면 위에서 잔잔하게 일렁거린다. 시와 그리고 시체.... 언제든 예기치 않은 것들이 내 앞으로 떠내려온다. 진실은 수면 아래에 숨어 있다는 듯 얼굴을 가리고 시는 생사가 같은 날이라는 듯 강물이 운구하고 그렇게 얼굴이 사라져야 비로소 실체가 드러난다는 듯 마지막으로 나에게 천천히 다가와 무심히 흘러간다. 처음부터 끝까지 강물이 표정을 바꾸지 않을지라도 단지 떠내려가는 것만 보여주는 게 시는 아닐지라도 결국 세상의 모든 시도 수면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미자의 모자처럼 물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