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실이 그리 멀지 않은 재개발지역 - 심명수 이미 빠져나간 길들은 헝클어지고 시간이 길어질수록 남겨진 창들은 출출하게 닫혀 있다 출출한 골목을 오르면 꼬르륵 허방을 딛고 내려오는 어둠 물밀 듯 살아온 날들이 고스란히 철거당하는 마음이다 너는 머리를 자른다 집집마다 추레함이 흘러내린다 켜지 않은 창은 꺼진 창이라 할 수 없듯 나이가 들수록 캄캄해지는 얼굴 밀가루 반죽처럼 뭉개졌다 국수가락으로 쏟아내는 풀어진 면발이 찰랑거린다 펌을 한다 나도 서둘러 어떠한 조치가 필요하다 쫓기듯 등 떠밀리는 도미노의 연쇄반응에 집집마다 버려진 세간, 세간살이들 길가에 나앉은 헐렁함, 고단함, 고집 센, 의자, 찌그러진, 쓰레기들이 범람한 나의 몽실몽실한 머릿속이 곱슬곱슬하다 *시집/ 쇠유리새 구름을 요리하다/ 상상인 수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