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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서리 - 서화성

모서리 - 서화성 어딘가 모르게 모가 난 사람은 아프거나 슬프다고 말한다 한때는 모가 난 사람이라고 유행가처럼 싫어한 적이 있었다 그런 모가 서리를 만나면 모서리가 되었고 그런 모서리에 부딪히기라도 하면 혹독하다는 말처럼 슬펐다 모서리는 사랑받지 못한 둘째 같은 것 모서리는 자식을 기다리는 우리 엄마 같은 것 살짝이라도 멍이 들면 아프기 때문이다 뾰쪽할수록 더 아프고 슬프다는 것 모가 난 사람은 한 번은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갈 것이고 뜨거운 고백 하나는 가지고 있을 것이고 그런 사람은 마음 한구석이 장작불처럼 슬플 것이다 *시집/ 내 슬픔을 어디에 두고 내렸을까/ 시산맥 낮잠 - 서화성 gs 편의점 옆, 삶에 짓눌려 낮잠을 자는 노인이 있다 간혹, 햇볕을 쫓아가는 봄날처럼 길 건너 돈벼락을 맞은 사람이..

한줄 詩 2022.08.01

이 거대한 세상에 홀로 - 강회진

이 거대한 세상에 홀로 - 강회진 도시서 지내다가 가로등 드문드문 마동 마을에 들어오면 먼 과거로 돌아간 것 같다 순하고 착해지는 것 같다 먼 미래에 가 있는 것 같다 아무렴, 이곳에서는 시간이 흐르는 걸 지켜볼 수 있지 이른 새벽 마당 몰래 쌓이는 눈 지켜볼 수 있고 건너편 거대한 숲 흔드는 바람소리 들을 수 있으니 착하고 순한 건 연약한 걸까 강한 걸까 혼잣말하다가 마당에 어둠이 내리면 제일 먼저 씩씩하게 아궁이에 불을 지핀다 적당히 불길이 사그라들면 그 불이 아까워 고구마를 구워 낸다 옷에서 불 냄새가 났다 오래전 불 때 밥하던 늙은 어미가 가만히 나를 지켜보고 있었다 익숙하지만 새로운 연습의 시간들 일테면 나는 지금 과거와 미래에 적응하는 중이다 그것도 이 거대한 세상에 홀로 *시집/ 상냥한 인생..

한줄 詩 2022.08.01

티눈이 자란다 - 양아정

티눈이 자란다 - 양아정 어떤 사람에겐 터널이 누군가에겐 지름길이다. 계단이 납작 엎드려 공황장애를 앓고 바람은 계단의 꼭대기에서 춤춘다. 먹구름을 배달한 까치들 조명 꺼진 터널을 지나가는데 셔터를 내린 그의 눈은 아직 겨울이다. 아무도 그의 벨을 누르지 않아 봄빛은 창을 두드리는데 날 선 불안은 손발을 창밖으로 자꾸 던져버리고 차곡차곡 쌓이는 먼지들의 임대료는 벚나무 옆 싱싱한 포커레인이 독촉한다. 뒷모습뿐인 거울 소파가 침대가 되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불황과 공황을 오독하지도 않는다. 새로운 세상이 온다는 낙서가 이 벽 저 벽 뛰어다닐 때 벚꽃의 공약은 일용직 잡부를 재배할 거라는 촉지도 이건 서막에 불과할지도 아무도 모른다. 흰 달은 셔터를 두드리는데 *시집/ 하이힐을 믿는 순간/ 황금알 나..

한줄 詩 2022.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