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곳 - 임성용 누구든 저곳에 올라갈 때 내려갈 생각을 하고 올라간 것은 아니라네 한 발 한 발 허공을 오르는 힘은 오로지 마지막 남은 떨림뿐이라네 저곳 붙잡을 수 없는 바람이 태어난 곳 밤과 낮 해와 달이 말라가는 곳 저곳 벌거숭이 하늘에서 내려가도 편안히 발 딛을 땅 찾지 않으려네 저 높은 곳 한 사람이 사는 곳 저 높은 곳 한 사람이 죽은 곳 또 누가 평생을 다해 또 누가 목숨을 다해 *시집/ 흐린 저녁의 말들/ 반걸음 흐린 저녁의 말들 - 임성용 따뜻한 눈빛만 기억해야 하는데 경멸스런 눈빛만 오래도록 남았네 얼크러진 세월이 지나가고 근거 없는 절망 우울한 거짓말이 쌓이고 나는 그 말을 믿네 가난하고 고독한 건 그리 슬픈 일이 아니라네 진짜 슬픈 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 용기도 헌신도 잃어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