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문증(飛蚊症) - 천수호 꿈과 현실 나는 헷갈렸지만 모기는 피도 없이 들락거렸다 코를 골고 있는 너를 내려다보면 꿈 밖으로 터져나오는 현실의 비애 따위는 꿈에 긁는 한 쪽 뺨이었다 웃는 너는 종종 꿈속에서만 만났고 한 방울의 피는 현실에서 빠져나갔다 잠 속에서 뺨을 치며 너는 모기를 쫓고 있지만 현실에선 도무지 터지지 않았다 꿈 밖에는 쫓는 눈이 많아서 꿈속에서 손을 쓰는 건 속수무책이다 가끔 네 손을 대신해서 너의 뺨을 한 번씩 긁어주지만 눈을 뜨지 않는 너보다 나는 더 깜깜해져서 물어뜯긴 이빨을 찾지 못했다 나를 더듬어 찾던 네 손이 경계를 허문 내 옆구리에 잠시 닿았다 간다 네가 거두어 간 것은 빈손이었지만 나는 자꾸 앓듯이 피를 닦았다 *시집/ 수건은 젖고 댄서는 마른다/ 문학동네 불면증(不眠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