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이 어느 시대인지 모르고 - 서윤후 폐허에 다녀온 뒤로 나는 범벅이다 아름다웠던 세상에 대해 회고할 준비를 끝마친 싸움들의 혼종 어떤 기억은 장난감 기차를 타고 간다 선로에 누워 잠들었던 이는 잠깐만 이렇게 있을게 하고는 영영 일어나지 않는다 폐허를 떠나온 뒤로 그 주소는 자꾸 선명해져만 간다 그곳에서 만나기로 했던 사람들이 장난감 기차를 타고 떠난다 손을 흔들자 잠에서 깨어난다 나는 범벅이 되어 하나씩 지워간다 그러면 살 것 같았다 얼룩을 주인에게 돌려주려다가 간직하게 된다 사랑으로 생긴 무늬는 언제나 형편없이 굴고 끝나지 않기 위해 반복되는 풀벌레의 노래 개울의 첨벙거림 아름답게 기억하기 위해 나는 범벅 가를 수 없는 슬픔의 혼혈 서로를 끌어안다가 가녀린 얼굴을 어깨에 포개고는 헤어지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