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모형 십자가 - 정세훈

마루안 2021. 9. 1. 19:28

 

 

모형 십자가 - 정세훈

 

 

예수가 죽었다가

다시 살아난 부활을

기념하는 이들로

북적대는 부활절

 

인류의 구원을 위해

십자가를 진 예수의

고난을 직접 체험해볼

모형 십자가를 놓고

 

누가

지고 갈 것인가

적격자를

찾고 있다

 

그러나

 

모형 십자가가

지고 가기에

너무 무거워 보이는 이들로

가득한 광장

 

자신은 적격자가 아니라 한다

 

서로가

힘이 없다

나이가 많다

지병이 있다며

 

 

*시집/ 동면/ 도서출판 b

 

 

 

 

 

 

매미 - 정세훈


단지,
여름 한 철을 울기 위해
땅속 어둠에서
그 오랜 세월을 버티어냈을까

고목 나무 등걸에 앉아
매미가 울고 있다

수년간을 굼벵이로 땅속 어둠에 묻혀 사는
때가 되면 어김없이 기어 나와 허물을 벗는
굳이 집을 짓지 않고 나무 그늘에 사는
인간이 먹는 곡식은 절대로 먹지 않는
맑은 이슬만 먹고 사는

한 역사가,

지금
내 찌든 삼복더위 폭염을 짊어지고 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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