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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춘선 - 서울 생활사 박물관 전시회

경춘선이 전철로 바뀌면서 예전의 낭만이 사라졌다. 기차가 현대화 되고 속도가 빨라지면서 추억도 빠르게 소멸하고 있다. 사라지는 것은 늘 아쉬움을 남기는 법, 옛 추억을 돌아볼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 초여름부터 시작되었으나 코로나가 안정되기를 바라면서 차일피일 미루다 이제서야 가게 되었다. 더 미루면 영영 못 볼 것 같았다. 같은 서울인데도 노원구는 조금 멀다. 여행하는 기분으로 간다. 태릉역에서 가깝다. 경춘선은 내가 탄 열차 중 가장 많이 탄 노선이다. 주말이면 경춘선 열차는 늘 만원이었다. 맘모스 백화점이 있던 청량리역 광장 시계탑 주변에는 바리바리 맨 배낭족들로 가득했다. 돗자리 챙길 여유는 없었지만 기타와 녹음기 꼭 챙겼다. 화랑대와 퇴계원 들녘을 지나면 산과 강이 번갈아 보이는 풍경에 뛰어..

여덟 通 2021.09.11

밑줄을 왜 긋느냐고 묻는 아이야 - 안태현

밑줄을 왜 긋느냐고 묻는 아이야 - 안태현 내 가방엔 매일 빵과 달팽이와 알약과 술병이 넘친다 잘 닦인 거울처럼 비춰보고 싶은 것들이 넘칠 때가 있다 사랑니든 실핏줄이든 무엇보다 네가 왜 있느냐고 물었던 내 이마의 주름에 안개꽃이 지나갈 때 생각의 숲에 들어가 처음 보는 새의 가장 맑고 고운 목소리를 보란 듯이 찜해둔다 이만큼 왔으니 내 삶의 태반은 눈 둘 곳 없는 기다림이었으므로 어디 밑줄 하나 남아 있을까 자작나무 하얀 목덜미 같은 고백 한 구절 누구든 집어가라고 꺼내놓을 수 있을까 *시집/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상상인 최근에도 나는 사람이다 - 안태현 어딘지 모를 지금에 이르러 사랑을 잃어버리고 뒤돌아보는 법도 잊어버리고 아무도 생각하지 않는 밤이다 가끔 어둡게 걸었던 길이나 떠올리면서 생각을 ..

한줄 詩 2021.09.10

실면증 - 손병걸

실면증 - 손병걸 견디다 못해 늦은 밤 손전화기를 든다 숫자를 누른다 접속에 실패하는 깊은 밤마다 오히려 당신 쪽으로 나는 함께 걷던 적확한 주파수를 맞춘다 칠흑의 새벽이 여명에 이를 즈음 나는 고칠 수 없는 습관을 절망하며 창 너머 하늘 깊숙이 응시한 붉어진 눈길을 문 쪽으로 겨눈다 또다시 방문을 활짝 열고 허겁지겁 신발 끈을 묶듯 억제할 수 없는 발끝이 손끝처럼 불안불안 당신을 찾아 나선다 의연한 표정 속에 통증을 잘 감추고 정말 괜찮은 안녕이었다는 말 기꺼이 웃으며 돌아섰다는 말 그 말들은 다 거짓말 흘러간다는 시간이 되레 싸여 있듯 이별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몸의 거리일 뿐 그리움은 마음속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충분히 읊어도 잠을 잃어도 더 많이 아파해도 괜찮다 죽음조차 헤어짐이 아니라는 사실을 당..

한줄 詩 2021.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