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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노동은 안녕하신가요? - 김경희

작년 말 한 후배가 직장에서 잘렸다. 표면상으로는 권고 사직이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회사가 워낙 어려워 하나둘 떠나는데 버티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반 년 이상 월급을 삭감하면서 버텼지만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회사 내 분위기가 어차피 짤릴 텐데 알아서 나가라였단다. 근로기준법으로 보면 부당해고에 해당하지만 회사는 그 방식을 취하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래도 이 후배는 약간의 위로금과 퇴직금을 정산 받을 수 있었다.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지만 회사가 망하면 퇴직금도 받지 못하고 직장을 잃는 경우도 있다. 노동자를 보호하는 근로기준법이 있지만 이 법도 어느 정도 큰 회사에 해당되는 법이다. 가령 상시 노동자가 5인 이하라면 연차 휴가는 먼 나라 얘기다. 연차 휴가는커녕 주 5일 근무도 지키지 않는..

네줄 冊 2021.09.26

너무 낭만적이거나 너무 실용적이거나 - 임후남

너무 낭만적이거나 너무 실용적이거나 - 임후남 가까이 숲이 있으면 좋겠어 상추 심을 텃밭이 있어야지 수국 한 그루 심을 정원도 있음 좋겠어 가까운 곳에 편의점이 있으면 좋겠어 지하철역은 가까워야겠지 그래도 조용한 곳이었음 좋겠어 실용과 낭만이 부딪치는 사이 욕망과 현실이 끓는 사이 집도 아닌 방 한 칸, 꿈은 너무나 비현실적 이 색에서 저 색으로 수국 한 그루 변덕스럽게 피고 지는 사이 하이힐 신고 산책하는 사이 *시집/ 전화번호를 세탁소에 맡기다/ 북인 나무와 몸 사이 - 임후남 나무와 나무 사이를 걸었다 그림자가 함께 걸었다 며칠 전 내린 눈이 그대로다 발자국을 옮길 때마다 눈은 온몸으로 나를 받는다 다정한 눈길은 내가 걸어갔다 오는 사이 어지러워졌다 늙어가는 동안 내 육체는 점점 더 무거워진다 생각..

한줄 詩 2021.09.26

뒤를 돌아보는 저녁 - 천양희

뒤를 돌아보는 저녁 - 천양희 길을 가다가 가끔씩 뒤를 돌아본다 말을 타고 달리다 이따금 내려 잘못된 것은 없나 뒤를 살펴보는 인디언처럼 두고 온 무엇이 있기라도 한 듯 뒤를 돌아본다 나도 모르게 생긴 버릇이다 뒤돌아보는 나는 지금 뒤편의 그늘을 보고 있는 것이다 뒤를 돌아보는 일이 나를 돌아볼 때처럼 어둑하다 내가 혼자가 되다니,,,,, 돌아보면 나는 나 자신을 추스른 것이다 세상에 할 기억이 많아 진퇴양난을 겪기도 한 모양이다 가던 길 돌아보다 세상 참 더럽게 시끄럽네, 참을 수 없을 때 물속에 비친 달빛 같은 정화론(淨和論) 한편 쓸 수 있겠다 나는 오랫동안 한길 가기를 원했으므로 지금은 오래 뒤를 돌아보는 저녁이다 *시집/ 지독히 다행한/ 창비 그늘에 기대다 - 천양희 나무에 기대어 쉴 때 나를 ..

한줄 詩 2021.09.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