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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변주 - 하외숙

바람의 변주 - 하외숙 먼저 말 걸어오는 바람을 좋아하나요? 뿌리도 없는 것들이 어찌 천 년을 사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고 길들여지지도 않는 수많은 바람의 길 신발도 신지 않은 채 그림자로 따라다니다 어두운 밤길 달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태풍처럼 심장을 관통하고 떠나는 바람의 등 창문을 열고 구월의 달력을 넘기자 이해할 수도 설명할 수도 없는 펄럭임 굳은 언약도 무의미해지는 순간, 바람이라 했네 깊이를 알 수 없는 숨겨진 비밀은 한 순간이었던가 수시로 베갯머리 파고드는 달뜬 몸살은 풍로의 바람처럼 활활 타올라 당신이 아니었다면 꽃을 피우지 못했을 것을 꿈결에 일어나 흐느끼는 바람을 본 적 있나요? *시집/ 그녀의 머릿속은 자주 그믐이었다/ 시와반시 바람의 가출 - 하외숙 ​ 며칠 잠잠한가 하더니 바람..

한줄 詩 2021.09.22

아프면 보이는 것들 - 의료인류학연구회

한 달 전부터 올 추석은 아무데도 가지 않고 집에 머물기로 작정했다. 코로나로 꼼짝을 하지 못한 작년 추석과 마찬가지다. 확진자 숫자가 작년보다 훨씬 많은데도 피부로 느끼는 경각심은 되레 느슨해졌다. 걸리고 안 걸리고는 하늘의 뜻이니 대충 살지 웬 호들갑이냐고 할지 모르나 그래도 안 걸리기 위해서는 가능한 접촉을 줄이는 것이 최상이다. 일찌감치 책을 읽으며 집에 머물기로 결정한 이유다. 이전부터 읽고 싶었던 책 목록에서 몇 권의 시집과 단행본이 쏟아져 나온다. 몽땅 주문하고 싶으나 그래도 골라내야 한다. , 오늘 종일 이 책을 읽었다. 나는 이 연휴에 맞는 편안한 휴식을 본래 내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뺏은 거라고 생각한다. 내가 하나 더 먹으면 누군가는 굶어야 하고 내가 하나 더 버리면 누군가의 고통으로 ..

네줄 冊 2021.09.19

자화상 - 황중하

자화상 - 황중하 나는 불행했고 불행하고 또 불행하다. 내가 그린 나의 얼굴은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 여러 겹 덧대어 그린 불안한 선들과 우울한 형태들 ​ 내가 믿고 싶은 진실은 언제나 스케치의 뒷면으로 사라진다. ​ 어쩌면 나는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을 황홀한 진실을 찾아 헤맸는지도 모른다. ​ 세상은 나를 향해 열려 있지만 늘 깜깜했다. ​ 어둠 속에 추락한다. 상처 입은 채 깨어난다. ​ 참을 수 없는 통증을 느끼며 처음으로 자세히 들여다본 도화지 속 나의 얼굴 ​ 그것은 내가 그린 타인의 거짓말 처음부터 나의 불행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 *시집/ 나는 아직 당신을 처리중입니다/ 문학의전당 빗방울 - 황중하 어차피 이번 생은 틀려먹었다는 생각 칼날 같은 빗방울은 내리고 나의 뇌리에 뚫고 들..

한줄 詩 2021.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