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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도 용 문신을 새기는 밤이 오리라 - 김왕노

내게도 용 문신을 새기는 밤이 오리라 - 김왕노 ​오래된 TV 드라마 한 장면에서 한밤중에 마당에서 줄넘기를 하자 뭐 하느냐고 물으니 고독에 몸부림친다 해서 웃은 적이 있다. 그때 웃을 일이 아니었고 지금 나도 고독해졌다. 친구와 휩쓸려 1차 2차 술자리를 하다가 3차 노래방에서 그 겨울의 아침을 부르고 장밋빛 스카프를 부르던 날이 꿈이었나 싶다. 스마트 폰의 많은 연락처 중에 선뜻 눌러야 할 이름이 없다. 이렇게 고독한 날은 화투 패를 뜨거나 전신에 문신을 새기고 싶다. ​몸을 화판으로 더 이상 고독하지 말라고 나와 함께 살아갈 문신을 새기는 것 깍두기처럼 가끔 어깨에 힘을 넣고 꿈틀거리는 문신을 과시하는 것 닭 피로 문신을 새기면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순하게 느끼도록 사군자를 새기든지 풀꽃을 새겨..

한줄 詩 2021.09.30

아현동 가구거리 3 - 전장석

아현동 가구거리 3 - 전장석 도무지 기분을 맞출 수 없는 동네가 있다 사람들 하루 종일 북적이다가 쓰레기 더미처럼 새벽이면 다소곳한 동네 불쑥 석류알 붉은 잇몸을 내미는 동네 반짝하던 불빛만큼 반색하는 늘 그 모습이라서 강의 묏등으로 출렁이던 노래 표정 밖으로 기분이 흘러들면 설탕을 듬뿍 묻힌 빵처럼 부풀어 올라 그 동네와 가끔 친해지고 싶어 골목을 서성이다 보면 나는 그 동네를 잘 아는 사람 그러다가 더 꼼꼼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나라면 비 오는 가구거리 천막 아래서 가구들의 자세와 나이를 묻고 싶어져 오늘은 정말 무엇이든 축축해져서 고양이 발자국도 흉터가 되는 사람에게 바닥까지 내려간 얼굴은 기분이 만든 천성 때문이라고 말하지 그를 경유해 가보지 못한 곳이 있다면 임대 딱지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가구거..

한줄 詩 2021.09.30

전생 - 홍성식

전생 - 홍성식 먼지라고 했다 아니, 저건 먼저 떠난 사람들의 눈물이야 사막이라고 했다 천만에, 길을 잃은 자들의 당혹일 걸 갈릴레오 갈릴레이는 내 별의 고리를 보았다 아버지가 보낸 추기경들이 진노했다 비밀을 발설한 자는 손톱이 뽑혔다 삼십 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생일 할머니의 쪽진 머리칼은 더디게 색을 잃어갔다 육만 마리 낙타의 주인인 그녀의 아들 마흔여섯 총독들은 달마다 조공을 바쳤다 목소리 굵은 이웃 별 사신이 오던 날 먼지 속에 떠 있던 헤픈 여자들이 웃었다 망측하게도 일처다부가 보편인 별 아버지는 엄마라는 호칭을 경멸했다 할머니는 아들만을 사랑한다고 했다 둘의 다툼 앞에서 나는 오줌을 지렸다 깨어나지 못할 토성에서의 꿈. *시집/ 출생의 비밀/ 도서출판 b 출생의 비밀 - 홍성식 범선으로 요하네..

한줄 詩 2021.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