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꽃 피던 자리 - 고원정

마루안 2022. 8. 16. 22:19

 

 

꽃 피던 자리 - 고원정

 

 

온 세상이 속았던

큰 거짓말이 끝난 것처럼

봄꽃들 진 길을 걸어간다

봄이야 또 오고

꽃도 다시 피겠지만

그날 맺혀있던

꼭 그 자리

그 꽃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과 나도

지난봄의 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 파람북

 

 

 

 

 

 

낙화 - 고원정

 

 

한 잎 작은 꽃이 지는 소리

그리도 커서

먼 별까지도 가는 모양이지만

뚝뚝 따라서 떨어지는

그런 별들도 있다지만

때로는 그

별들의 비가 내린다지만

봄이 다 가도록 손가락 꼽아가며

마지막 하나까지 지켜보았던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끝내

나만 모르는 것일까?

다시 돌아올 꽃철들도

이제 많이는 남지 않았다.

 

 

 

 

# 고원정 작가는 제주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여러 소설집을 냈다. <조용한 나의 인생>이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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