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피던 자리 - 고원정
온 세상이 속았던
큰 거짓말이 끝난 것처럼
봄꽃들 진 길을 걸어간다
봄이야 또 오고
꽃도 다시 피겠지만
그날 맺혀있던
꼭 그 자리
그 꽃 같지는 않을 것이다
당신과 나도
지난봄의 그 사람은 아닐 것이다.
*시집/ 조용한 나의 인생/ 파람북
낙화 - 고원정
한 잎 작은 꽃이 지는 소리
그리도 커서
먼 별까지도 가는 모양이지만
뚝뚝 따라서 떨어지는
그런 별들도 있다지만
때로는 그
별들의 비가 내린다지만
봄이 다 가도록 손가락 꼽아가며
마지막 하나까지 지켜보았던
내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끝내
나만 모르는 것일까?
다시 돌아올 꽃철들도
이제 많이는 남지 않았다.
# 고원정 작가는 제주 출생으로 경희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중앙일보 신춘문예 소설 당선으로 문단에 나왔다. 여러 소설집을 냈다. <조용한 나의 인생>이 첫 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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