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의 감정은 재현되지 않는다 - 이명선 견디고 싶어서 한 사람의 고백을 듣기 전 무슨 말이라도 해야 했다 비를 기다리며 둥글어지는 땅의 체취처럼 장미가 붉어질수록 우리의 언어가 사라지는 것처럼 어떤 고백은 예상치 않은 곳에서 바라볼수록 침묵이 되어 돌아왔다 신열에 시달리는 당신의 독백을 짚어 보다가 우리는 뒤돌아볼 수 없는 목소리로 헤어지는 날이 많았다 미안한 표정을 짓는 당신의 영혼에 비가 비친다 알약을 녹이는 입 안에서 기도 소리를 들었고 나를 바라보는 눈동자 속에서 수없이 떨어지는 유성우를 보았다 그 눈동자 속을 한 옥타브씩 오르다 흙의 감정을 밟고 오른다는 미안함에 나는 흩어지고 하루가 하루를 다독이고 있는 건 부서지는 흙의 감정을 그러모으는 일 잘 배운 이별이 시야를 흐릴수록 꽃을 편애했던 당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