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소 개 - 강시현 말로만 듣던 깍쟁이가 따로 없었다 아내의 벗이 여행 간 사이 며칠 맡아 달라고 보낸 그 녀석에게는 싱그럽고 향긋한 냄새가 났다 사람보다 더 비싼 이발을 하고 예방접종을 받고 더 자주 목욕하고 붙임성도 있다니 말쑥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은근히 경계심도 돋았다 몰티즈니 푸들이니 치와와니 하는 억세게 운 좋은 견공들은 고상하게 먹고 자고 똥 싸고 산단다 검둥이는 그늘이 흘러내리는 슬레이트 처마 밑에서 컹컹 짖으며 사람 똥도 먹고 마을 어귀에서 흘레도 붙다가 한여름 개장수에게 다리가 꺾인 채로 팔려 나갔다 그 돈으로 육성회비를 내고 공책도 샀다 검둥이는 문풍지처럼 떨며 가부좌를 틀고 떠났다 그 후로 습관성 탈골처럼 어떻게든 꺾인 활자를 읽으면 나는 몹시 아팠다 땀에 전 몸뚱아리와 생존에 밀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