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한 노동 - 이용훈 흙가마 앞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불쏘기개로서 한낮의 대기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를 불사르고 활활 타올랐던 사람들 새까맣게 타버린 몸을 이끌고 복도를 걷습니다 호이스트 승강기 안에서 화강석을 들고 있는 당신을 생각합니다 21층으로 아니면 더 높이 올라가는 덜컹덜컹 무심하게 올라가는 동안 오로지 당신이 들어갈 곳의 크기와 오차 치수만을 고민하는 당신의 몸이 적당한 크기로 절단되고 무탈하게 놓이기만을 바랄지도 모르겠습니다 후끈한 열기가 응어리져 있습니다 나이지리아 사람 몽고 사람 때로는 동양 라이트급 챔피언으로 무리 지어 어두컴컴한 모텔 복도를 이리저리 걷습니다 당신들은 타월을 충분히 달라는 요구도 시원한 물이 냉장고에 준비되어 있는지도 쉽사리 입을 떼지 못합니다 세워지는 모든 존재들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