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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진 나사 - 김승강

빠진 나사 - 김승강 나사가 하나 방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어디서 빠진 놈일까 빠진 나사를 주워들다 말고 엎드려 장롱 아래를 들여다보았다 동전이 몇 닢 떨어져 있다 동전은 언제부터 저기 있었나 내가 모르는 새 뭔가 은밀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갑자기 불안하다 아직 일상은 별문제 없이 돌아가고 있다 나사 하나를 잃은 그는 자기 몸에서 나사가 하나 도망갔다는 걸 알고나 있을까 알게 된다면 일상은 어떻게 변할까 불안했던 이유를 알겠다 빠진 나사 때문이다 빠진 나사들이 공동체를 이루고 있다 길바닥을 유심히 살펴봐라 집을 뛰쳐나온 개들이 길거리를 몰려다니듯 빠진 나사들이 여기저기 모여 있다 드디어 저녁 뉴스 자동차가 한 대 길 위에서 찢어졌다 빠진 나사 때문은 아닐까 제 자리를 찾아주려다 포기하고 던져버린..

한줄 詩 2021.12.09

그렇게 아슬하게 - 박남원

그렇게 아슬하게 - 박남원 어떻게 살았겠는가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그런 힘겨운 이야기들. 도무지 알 수 없는 질문과 대답을 뒤로 하고 술자리도 파한 자리 나는 언제나 그렇듯 마지막엔 퇴로 없는 쓸쓸한 내 옥탑방으로 귀환하게 되지. 지독한 몸살 기운으로 비틀거리는 나를 후미진 골목까지 따라와 마지막까지 애써 배웅해주던 아슬아슬한 저 가로등 불빛. 그 불빛마저 뒤로 하고 텅텅거리는 외부 철계단을 거슬러 올라 싸늘한 냉기 감도는 방바닥에 발을 들이면 살아도, 살아도 결국 이곳은 이방인의 낯선 자본주의였다. 밤을 새워 이야기해도 결론이 나지 않을 이야기들. 그래도 못다 한 말들은 어쩔 수 없이 밤하늘 먼 별들에게 돌려보내고 언제나 뒤에 남겨진 채 버텨보지만 숱하게 넘어지고 쓰러지는 일이 늘 있는 우리의 일..

한줄 詩 2021.12.09

밥숟가락에 대한 단상(斷想) - 김용태

밥숟가락에 대한 단상(斷想) - 김용태 운명이라는 게, 늘 과녁 한가운데로 날아가 박히는 화살 같을 수 있는 게 아니라서 재주 비상하여 삐져나오던 발톱 애써 감추고 묵묵히 뿔 벼리어 날을 세우던 친구가 뜻 이뤄 법복을 입게 되었다는 소식 전하더니 어느 날 중이 되었다는 얘기를 들은 게 3년쯤 전이다 퇴근길, 동창한테서 전화가 왔다 왜, 거시기 박사 있잖냐, 판사하다 중 된 갸가 오늘 아침 밥 숟가락 놨다고 하더라 도저히 이 세상 하고는 안 맞았는게벼 그날 저녁 꾸역꾸역 밥을 넘기며 드는 생각 잘난 놈이나 못난 놈이나 산다는 건 결국 손목 들어 입(口) 봉양하는 일, 숟가락 꽉 잡고 놓지 않는 일 아닌가 *시집/ 여린히읗이나 반치음같이/ 오늘의문학사 시립 병원에서 - 김용태 혼자 사는 친구가 입원한 병실을..

한줄 詩 2021.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