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늬 흉터 - 박지웅 서랍 안쪽에는 세상이 모르는 마을이 있다 속으로 밀어넣은 독백들이 저희끼리 모여 사는 오지 먼 쪽으로 가라앉은 적막에 새들도 얼씬하지 않는 바람마저 알아차리지 못한 그 외진 길에 편지 하나쯤 흘러들었을 것이다 서랍에 손을 넣으면 독백은 내 손을 잡고 아랫마을로 내려간다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종종 과일이 사라지는 것은 마을에서 손이 올라온 것 내가 먹은 그리움에는 왜 뼈가 나올까 누군가 파먹은 사람의 안쪽 가만히 문지르면 흉터는 열린다, 서랍처럼 가끔 그곳에서 곡소리가 난다 고백 하나가 숨을 거둔 것이다 부치지 못한 편지 밖으로 발을 내민 그리움 뼈만 남은 글자들이 꽃상여에 실려 거처를 떠난다, 그렇다고 나는 믿는다 모든 흉터는 눈뜨고 죽은 글자들 모든 꽃은 죽어서 눈뜬 글자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