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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힌 것들에 대하여 - 송병호

잊힌 것들에 대하여 - 송병호 점점 단단해지는 풋것들로 여름이 출시된다 주 종목은 목줄에 매달린 KF94 마스크 콧등에 걸치고 간다 챙 모자를 치키고 이마를 훔치고 호흡을 고르고 백사장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손 선풍기와 리조트분양광고가 활활 타는 플라스틱 부채 하얗게 절인 눈썹 선의 간기 파도를 건너온 네 별 내 별의 원자재들이다 시인의 시중을 돕던 하청업자였다 올여름 휴가는 남도 다도해 허풍일수록 볼륨을 높이는 법 에어컨 콘센트를 분리하고 초인종을 잠그고 1000cc 키를 꽂고 휴대전화 카카오 내비 검색기를 틀고 새벽을 젖히자 전조등에 달라붙어 실신한 하루살이의 헝클어진 붉은 입술 바퀴벌레가 라면 국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 민박집, 시치미를 뚝 떼고 있네 허름한 재고가 출시된 여분 흠집을 모아서 질 좋..

한줄 詩 2021.12.11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워 - 이현승

부자는 천국에 들어가기 어려워 - 이현승 극빈이 스케일로 오해되는 순간이 있다. 힘없는 사람들이 권세에 연연하지 않는다거나 가난한 사람들이 황금을 돌 보듯 한다면 우리는 낮은 연봉에는 불만이 없지만 우리에 대한 대우가 그렇다는 사실에 화가 나고 공익성이라는 말의 뜻을 내몫은 얼만가로 이해하는 당신 앞에서 화딱지가 그것도 미역처럼 끝도 없이 올라오지만 극빈이 스케일이 되는 순간이 있다. 곗돈 떼인 박씨가 한바탕 울화를 쏟아내고는 꼭 그 인간이 오죽했으면 그랬겠냐고 그 인간이 그래도 우리집 큰 놈 낳을 적에 미역에 소고기 끊어 왔던 사람이라고 두둔할 때 성자들이 청빈의 접시 위에 말씀으로 영혼을 살찌우듯 없이 살아와서 가지는 것의 짐스러움을 멀리 한다거나 요강이나 재떨이도 영물처럼 여기는 마음일 때가 그럴 ..

한줄 詩 2021.12.10

나는 행인 3이다 - 김추인

나는 행인 3이다 - 김추인 -호모 사피엔스의 幻 여기는 다중 우주, 다중의 내가 포착되는 교차로다 틀림없다 저 뒤태의 낯익음 민망스럽고 들키고 싶지 않은 저 어정쩡한 면상의 각도 나의 행색을 패러디한 나의 면상에 환을 친 그가 광화문을 횡단하고 있다 발밑에, 출구 없는 동굴이 있을 것이다 입구는 멀고 출구는 지난해야 한다는 그래서 문은 늘 손닿지 않는 아득함이 덧쌓인 그리움일 것 언젠지는 알 수 없지만 그의 문을 따고 들어가 그 생각의 행간에 마땅치 않은 내 사유물을 접어 넣었음에 틀림없다 저 우그러진 표정 뒤에 내가 숨어 있음이라는 유추성 판단이 조립되는 것만 봐도 기시감의 골목, 솟을대문 앞이다 쫄바지를 입은 6살 상고머리 아이의 낯짝은 닫힌 문 안인지 내내 뒤통수뿐이다 시간의 세포들 매 순간 찌들..

한줄 詩 2021.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