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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은 먹고 다니냐는 말 - 정은정

지금 시대와 잘 어울리는 제목이다. 이 책 제목이 아니라도 처럼 다정하면서 한편 예리하게 박히는 문구가 있을까. 이 상투적인 제목을 단 책 속에 우리 사회의 여러 단면이 깊이 있게 담겼다. 그동안 신문에 쓴 칼럼을 모아 손질해 한 권으로 엮었다. 그래서 글 꼭지가 길지 않아 틈틈히 읽기에 좋은 책이다. 지하철에서 책 읽는 모습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이 신체의 일부가 된 세상이라 책 읽는 사람을 보면 되레 낯설다. 이 책은 어느 대목을 읽어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짧지만 강열한 인상을 주는 글이라 지하철에서 읽기에 딱이다. 달달하면서 짧은 글은 SNS에 넘쳐난다. 그런 문장일수록 금방 휘발이 되는 반면 종이 책에서 읽은 문장은 오래 남는다. 한 문장 소개하자면 이라는 꼭지에 이런 글이 있다. 출장을 다니..

네줄 冊 2021.12.02

밀려난 것들 - 김주태

밀려난 것들 - 김주태 특별시에서 인구 십만 도회지로 밀려나 술잔을 채운다 족발 뼈다귀 뜯으며 빈 소주병 일으켜 세운다 아무도 찾지 않는 노점상 아줌마는 자릿세 걱정이고 이 도시에서 조금만 고생하면 시의원 명함 하나 내밀 수 없겠냐고 안경 너머 불안한 눈빛 시베리아 어느 산등성이 얼음 같은 술잔을 부딪친다 찬바람 불고 눈보라 이는 겨울이 우리 사이를 지나갔다 절룩이며 떠났던 땅 외발로 돌아온 네게 쏟아 붓고 싶은 말들 오물거리는 목구멍으로 따뜻한 어묵 국물 삼킨다 늦은 밤 구겨진 지폐 밤거리에 지불하고 돌아오는 길 무너진 담장 아래 고개 숙인 수국 기울어져가는 담벼락 구부러진 허리에 희미한 달빛이 붙어 있다 *시집/ 사라지는 시간들/ 삶창 간간이 벌어 근근이 살아간다 - 김주태 한파가 오면 긴 겨울잠에 ..

한줄 詩 2021.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