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일곱 시에 일어나 아침을 먹고 커피까지 달게 마신다. 차비를 갖춰 8시쯤 세석 산장을 출발했다. 지난 밤에 내가 누운 자리 주변은 전부 혼자 온 사람들이었다. 누군가의 시작으로 말문이 열리고 산 이야기가 펼쳐졌다. 산꾼들의 등산 경력이 화려하다. 나도 지리산이라면 꽤 여러 번 왔기에 웬만한 코스는 알고 있지만 이들의 머리 속에 든 등산 코스는 거미줄처럼 세세하다. 산장을 출발해서 뒤돌아 보니 세석 산장이 보인다. 잘 있거라. 산장아, 내 또 언제 와서 너의 무릎에 고단한 다리를 올릴 수 있을까. 비는 갰지만 날씨는 여전히 찌푸둥하다. 풍경은 자세히 볼 수 없어도 이런 날이 산을 걷기에는 좋다. 등산을 하다 잠시 쉴 때면 걸어 온 길을 돌아보는 습관이 있다. 이미 지나친 길은 내 길이 아니건만,,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