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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선암사

송광사를 거쳐 조계산 등산에 나섰다. 해찰을 부리며 쉬엄쉬엄 걸어도 3시간 안 걸려 선암사에 도착할 수 있다. 산이 그리 험하지 않아 쉬운 등산길 정도의 난이도다. 주변에 빼어난 풍광은 없다. 그저 새소리 바람소리 들으며 조용히 사색하면서 걷기에 좋은 깊은 숲길이다. 봄날 연둣빛에 온전히 물든 날이었다. 모처럼 등산객 없는 봄날의 고요를 맛본다. 이런 길을 혼자 사색하며 걷는 호사는 자주 있는 일이 아니다. 그 어떤 이정표보다 정감이 가는 푯말이다. 선암사에 가까워지는 곳에 등산객을 상대로 국밥을 파는 식당이 있다. 산에서 국밥이라,, 배가 안 고픈 나는 그냥 패스,, 조계산을 내려 오니 곳곳에 꽃들이 피었다. 상여꽃 빛깔의 꽃들이 묘한 슬픔을 느끼게 한다. 예쁜 선암사 입구 길이다. 조금 올라가면 승선..

여섯 行 2013.05.04

순천 불일암과 송광사

이번 여행은 절 구경보다 조계산 등반이 목적이었다. 조계산 사이에 송광사와 선암사가 있다. 등산 겸 두 사찰을 둘러보는 알뜰한 여행이다. 송광사를 가기 전에 불일암에 들렀다. 한때 법정 스님이 머물렀던 곳이다. 스님은 폐허로 버려진 불일암을 새로 짓고 이곳에서 많은 저서를 남겼다. 불일암 올라가는 길이 무척 예쁘다. 이 길을 무소유 길이라 부른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입으로만 무소유를 말한다. 불일암을 찾아가는 수녀들이 보인다. 종교는 다르지만 이렇게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진정한 종교인의 자세다. 불일암 올라가는 길은 무소유의 길답게 한적하다. 긴 겨울을 잘 인내한 시누대가 조용히 바람소리를 내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불일암은 완연한 봄이다. 곧 떠날 채비를 하는 봄볕이 따뜻해 눈이 부시다. 툇마루에..

여섯 行 2013.05.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