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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스 타운 - 전규환

전규환 감독의 댄스 타운 중에서 가장 인상 깊게 본 영화다. 개봉 순서는 애니멀 타운, 모짜르트 타운, 댄스 타운이다. 탈북자로 남한에 정착해 미처 탈북하지 못한 남편을 기다리며 고단한 삶을 이어가는 라미란의 연기도 대단하다. 배우란 자고로 이렇게 해야하는 것이다. 전규환 감독 작품의 특징이기도 하거니와 영화는 곳곳에 밑바닥 사람들의 스산한 풍경이 스며있다. 중풍으로 누운 할머니, 걷지 못하는 장애인, 낙태로 고민하는 여고생, 그런 여고생을 키우는 싱글맘, 단순 노무에 시달리는 저임금 육체노동자들, 이 영화의 여주인과 같은 탈북자들, 공무원이라는 안일한 울타리에 갇혀 사는 말단 경찰 공무원,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은 셋집 구하기도 힘들다. 거기에 탈북한 리정림(라미란)의 고단한 남한 생활이 시작된다. 물론 ..

세줄 映 2013.08.17

외설적 아버지의 시대 - 김점용

외설적 아버지의 시대 - 김점용 죽은 아버지를 꺼내 사진관에서 사진을 찍었다 갑자기 어떤 중년 사내가 끼어들어 같이 찍는데 아버지는 아무 말없이 폼만 잡았다 아버지와 나는 꼭 쉰 살 차이라 중간을 채우는 게 더 자연스럽지만 부재중인 사진사를 대신하여 타이머에 맞춰 찰칵 눌러도 중년의 사내는 찍히지 않았다 그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말라며 어두컴컴한 무덤을 배경으로 어깨에 손도 얹고 치즈 흉내도 내면서 필름 한 롤을 다 쓸 때까지 이래저래 포즈를 취했는데 이번에도 중년은 한 컷도 잡히지 않았다 아버지는 표정 하나 바꾸지 않고 당황한 쪽은 오히려 나여서 중년의 사내가 사진관 주인인지 배다른 형인지 잘못 꺼낸 젊은 시절의 아버지인지 알 수가 없어 언제 나갔는지 그가 사라진 뒤에도 아버지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

한줄 詩 2013.08.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