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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 금산사 벚꽃

금산사는 예전에 몇 번 갔던 절이다. 벚꽃을 보기 위해 때를 맞춰 간 것은 처음이다. 금산사 입구부터 벚꽃이 만개했다. 운 좋게 개화 시기를 잘 맞췄다. 금산사는 여러 번 왔지만 벚꽃이 활짝 핀 풍경이 색다르다. 오래 머물며 벚꽃을 구경했다. 마치 올해가 꽃구경 마지막인 것처럼,, 내년 봄이 올 봄과 같을 것인가. 봄날 열흘 중에 너무 소중한 하루였다. 금산사 벛꽃은 나이 먹은 나무가 많은 특징이 있다. 최소 백 살은 넘었을 것이다. 꽃구경은 노인들이 더 열심이다. 저 분들은 앞으로 몇 번의 꽃구경이 남았을까. 중년의 여인들이 오손도손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저들에게도 벛꽃처럼 화사했던 시절이 있었을 것이다.

여섯 行 2013.04.16

여수 영취산

올 봄에는 꼭 진달래를 보러 가야지 했는데 그만 때를 놓쳤다. 무궁화호 야간열차를 타고 여수역에 내리니 새벽이다. 몇 명이 자고 있는 대합실 의자에서 배낭에 기대어 두 시간쯤 눈을 붙였다. 화장실에서 고양이 세수를 하고 삶을 계란에다 자판기 커피를 한잔 했다. 중년 부부가 있기에 영취산 가는 길을 물었다. "진달래 보러 왔어요? 꽃이 다 졌을 텐디,," 남자의 말에 아내가 말한다. "올 봄이 쬐끔 추워서 아적은 있을 거요." 꽃이 피면 어떻고 지면 어떠리. 나는 그들이 가르쳐준 버스를 타고 영취산 입구에서 내렸다. 이른 아침의 흥국사는 사람이 없다. 며칠전까지 진달래 보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을 것이다. 한적한 경내를 돌며 이 조용한 봄날을 만끽했다. 이 맛에 여행한다. 만발한 진달래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

일곱 步 2013.04.12

진해 군항제

진해의 벚꽃은 피기 시작하면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더불어 사람도 많아 내게는 별로 매력이 없는 도시다. 진해라는 도시가 사철 찾는 곳이 되기 위해서는 벚꽃에서 벗어나야 한다. 4월 초 2주 정도 반짝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는 끝이다. 우리나라 도시 중에 이렇게 극과 극을 달리는 도시가 또 있을까. 내가 진해를 간 것은 늘 벚꽃을 피해서였다. 나름 예술혼이 흐르는 한적함이 마음을 풍요롭게 했다. 벚꽃 시즌만 피한다면 말이다. 여러 번 진해를 갔지만 벚꽃 필 때는 처음이다. 엄청난 인파의 혼잡함에도 벚꽃은 어김 없이 그들을 위해 활짝 피었다. 꽃에겐 죄가 없다. 인파를 피해 가능한 조용한 곳을 걸었다. 봄바람이 옛 추억처럼 불어 온다. 바람이 조용히 속삭이는 것도 다 이유가 있었다. 진해 뒷산을 ..

여섯 行 2013.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