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종주를 1박 3일로 다녀왔다. 예전에는 지리산을 세 번 가면 한 번은 종주였는데 근래 들어 뜸해졌다. 성삼재에서 새벽에 출발해 노고단에 도착하니 해가 뜨고 있다. 해는 매일 뜨지만 일년에 해뜨는 모습을 보는 날이 며칠이나 될까. 이렇게 산에 와야 해 뜨는 것을 볼 수 있고 산에서 보는 일출은 다른 맛이 있다.
일출을 본 후 노고단 대피소에 내려와 아침을 해결했다. 달달한 커피까지 한 잔 마시고 출발했다.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되는 능선길에 서니 지리산의 넉넉함이 새삼 밀려온다.
임걸령 지나 노루목에서 반야봉 쪽으로 향했다. 대부분의 종주 등산객들은 반야봉을 들르지 않는다.
반야봉 가는 능선에 철쭉이 지천으로 피었다. 막바지 봄이 산색을 초록으로 물들이고 있다.
반야봉에 앉아 한동안 능선을 내려다 보았다. 겹겹의 봉우리들이 아득하게 펼쳐진다.
이날 내가 반야봉을 오르면서 만난 딱 한 사람이다. 나보다 일찍 와서 늦게까지 앉아 있었다.
반야봉을 내려와 다시 지리 능선길로 들어 선다. 곧 삼도봉에 도착한다.
토끼봉을 지나 한 시간쯤 걸었나? 연하천 산장이 나온다.
형제봉 부근에서 걸어온 길을 돌아 보았다. 아득하게 펼쳐진 저 능선길에 내 발자국이 찍혀 있으리.
벽소령 산장에서 점심을 먹었다. 안개 자욱한 산장에 꽤 많은 사람이 있다. 김밥 한 줄과 소시지, 사과 한 개가 점심이다.
선비샘에서 목을 축인다. 요즘 산에서 나오는 물은 잘 안 먹게 되는데 여기는 아직 마실 만하다.
들꽃들이 옹기종기 모여 여름을 맞이 하고 있다. 들꽃도 가까이서 보아야 예쁘다.
한바탕 비구름이 몰려 온다. 후두둑 소리와 함께 비를 잔뜩 머금은 안개가 옷깃을 스친다.
안개가 벗겨질 때마다 풍경을 찍었다. 풍경은 가슴에 담는 것이 최고지만 나중 볼 수 있는 것은 사진이다.
영신봉에 도착했다. 여기서 남쪽으로 가면 삼성궁이고 북쪽 계곡 길을 타면 그 유명한 한신 계곡이다.
영신봉에서 갑자기 비가 쏟아진다. 다행히 오늘 밤 자게 될 세석 산장이 멀리 보인다.
오후 4시 10분, 세석 산장에 예정보다 조금 일찍 도착했다. 도착 하자마자 산장 구석에서 30분쯤 낮잠을 달게 잤다. 낮잠에서 깨니 비가 더욱 세차게 내린다. 일찍 도착하길 잘했다. 저녁 먹기엔 조금 이르고 오후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비 구경을 했다. 산에서 듣는 빗소리라니,, 이 빗방울은 우주 어디에서 출발해 여기까지 온 것일까. 한 무리의 등산객들이 비를 흠뻑 맞으며 들어온다. 슬슬 저녁 먹을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