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사 - 이문재 눈이 오시려나 노인은 굽은 허리에 양손을 대고 한껏 날 선 능선을 바라본다 촘촘한 침엽수들이 잘 발라낸 생선 가시 같다 올려다보는 것이지만 뒤돌아보는 자세 햇살이 기우는 만큼 바람이 한칸 더 습해지고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는 안골에서도 골 끝 꼭대기 집 성긴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 아궁이에 솔가지 가득 집어넣었는지 굴뚝 연기가 푸짐하다 안골 안쪽으로 솔가지 타는 냄새가 번져나간다 새끼 노루 쫓는 발걸음처럼 어둠이 잰걸음으로 골 안으로 들어선다 시린 눈 냄새가 타다닥 불 냄새를 와락 껴안는다 눈이 와서 사각사각 쌓이는 산골이 새하얗게 어두워진다 식은 밥 더운물에 말아 백김치 얹어 먹는 밤 대설주의보가 산맥의 동서로 길게 드리워진 밤 툇마루 바로 앞에서 길이 끊기는 밤 전신주가 띄엄띄엄 지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