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줄 詩

잊힌 것들에 대하여 - 송병호

마루안 2021. 12. 11. 19:29

 

 

잊힌 것들에 대하여 - 송병호


점점 단단해지는 풋것들로
여름이 출시된다
주 종목은 목줄에 매달린 KF94 마스크
콧등에 걸치고 간다
챙 모자를 치키고 이마를 훔치고 호흡을 고르고
백사장이 걸어가고 있는 것이다

손 선풍기와 리조트분양광고가 활활 타는 플라스틱 부채
하얗게 절인 눈썹 선의 간기
파도를 건너온 네 별 내 별의 원자재들이다
시인의 시중을 돕던 하청업자였다

올여름 휴가는 남도 다도해
허풍일수록 볼륨을 높이는 법

에어컨 콘센트를 분리하고 초인종을 잠그고
1000cc 키를 꽂고
휴대전화 카카오 내비 검색기를 틀고
새벽을 젖히자 전조등에 달라붙어 실신한
하루살이의 헝클어진 붉은 입술

바퀴벌레가 라면 국물에 빠져 죽었다는
그 민박집, 시치미를 뚝 떼고 있네

허름한 재고가 출시된 여분
흠집을 모아서 질 좋은 여름을 생산해내는 일은
70% 개인 방역수칙과 30% 백신의 몫이다

불을 다스리는 것이 냉수뿐일지라도
장미는 아픈 쪽에 가시를 돋우듯이
까만 문맹으로 잊힌 올여름
어느 해보다 뜨겁게 소비해야겠다

시접 접힌 턱 마스크 D-day에 맞춘다

 

*시집/ 괄호는 다음을 예약한다/ 상상인

 

 

 

 

 

 

사師의 찬미 - 송병호


반 토막 백묵 집게손가락에 삐끗한다

맨땅에 무덤 파 관이 된 사의 예
마른천둥에 동강 난 피뢰침
민둥산 붉은 머리띠가 군가 풍에 맞춘 오와 열
결연한 출정식, 비장하다

작전명 전**씨 언론플레이

 

예리한 감각도 예지적 직관도 따위일 뿐, 역습의 허를 찌른 광장교수법, 굿판 작두에 발바닥을 맡긴 치명적 오류랄까 혹은 망나니 혼쭐 잡는 현란한 칼춤? 입술에 항문을 맞대고 낄낄대는 광대앵무새의 붉은 혀, 성깔 지랄 같은 회리바람에 떠는 나뭇가지와는 달리 오도카니 앉아 뿌리 잘린 벌거숭이의 무의식, 자기 그림자를 감춘 정오의 하늘이 시퍼런 것은 수천의 칼날에 베인 빛의 알갱이일지도 모르는데 대계(大計)의 묵향을 밀쳐버린 엇박자라니, 사랑채 낭랑한 회초리의 목청도 도덕적 성품도 친절한 인성의 학습도 이미 죽어 장사 되고 악성루머만 성하다

타의 소용을 탐닉하는 들개처럼 기회 엿보기
설령 옳아도 어긋난 불량은 정의로 회귀하지 않는 법
말을 말씀으로 잘못 읽는 가짜뉴스
이벤트성 고등 노동자의 변

괜찮은 사람 어디서 누구, 무엇으로 사랑할까